울산 남구 도심에는 신라의 명장 김유신 장군의 이름을 딴 문화거리가 조성돼 있다. 김 장군의 활동 무대가 주로 경북 경주 일대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울산 한복판에 김유신 문화거리가 자리한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 10일 찾은 울산 남구 신정동 신정시장 인근. 골목 초입에는 신라시대 기와 문양을 형상화한 장식과 기왓집 형태의 대형 아치 구조물이 세워져 있다. 폭 7m, 높이 7m 규모의 구조물에는 '김유신 문화거리'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구조물 아래로 들어서자 600여m에 이르는 골목 바닥 곳곳에 신라 문양을 형상화한 패턴이 이어졌다.
골목 벽면에는 화랑 캐릭터와 김유신 장군의 생애 등을 소개하는 스토리보드도 설치돼 있었다. 김유신 관련 설화와 화랑 정신을 설명하는 안내판, 벽화, 조형물 등 50여 점이 골목을 채우고 있다. 시장 상권과 맞닿은 생활 공간에 역사 테마를 입힌 모습이다.
이 골목이 김유신 문화거리가 된 배경에는 골목 인근에 자리한 은월사가 있다. 은월사는 김 장군의 조부 김무력과 부친 김서현의 위패를 모신 사당으로 전해진다.
김해 김씨 문중 세보에는 두 인물의 묘가 울산 은월봉 동쪽 태화강 인근에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과거 이 일대에 4~5기의 묘가 있었고, 후손들이 이를 '김 장군의 묘'라 부르며 제향을 이어왔다는 전언이 남아 있다. 다만 정확한 위치나 어떤 묘인지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당시 지은 사당이 있었는데, 조선 후기 서원 정비 과정에서 훼철됐다. 이후 지역 유림이 제향을 이어오다가 1989년 성금을 모아 복원했다. 현재의 은월사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생겨난 곳이다. 남구는 은월사를 중심으로 김유신과 화랑 이야기를 골목 전체로 확장하는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했다. 김 장군 본인의 직접적인 행적보다는 가족과 관련된 전승 공간이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해 거리의 정체성을 설정한 것이다.
김유신 거리라는 명칭은 2017년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은월사 일대를 중심으로 골목 상인들 사이에서 해당 명칭이 사용되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남구가 도시재생 사업으로 확대했다. 2022년 시작된 공사는 2024년 마무리됐다. 3년간 10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김유신 상징 구조물 설치, 신라 문양 도로 포장, 조명 개선 등이 주요 사업 내용이다. 남구 관계자는 "골목 상권 활성화와 관광 자원화를 함께 도모한 도시재생 사업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울산과 김유신의 인연을 보다 알기 쉽게 설명해 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유신 가문은 신라 진골 귀족으로, 중심 활동지는 경북 경주로 알려져 있다.
신정시장 인근에 사는 송지혜(40)씨는 "화랑 캐릭터나 스토리보드가 있긴 한데, 뭔가 생소하다는 느낌이 강하다"며 "문 닫은 가게도 골목에 보이는데 무엇이 김유신 장군 거리인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남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정숙(67)씨는 "골목이 깔끔해지고 상징물도 생겼지만, 방문객들이 역사적 배경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이 정교하게 보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구 관계자는 "사후관리 조례에 따라 김유신 문화거리를 지속해서 관리하고, 스토리 콘텐트 보강 등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새로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