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프리 스케이팅 경기. 이날 차준환(25·서울시청)의 연기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본 이가 있었다. 지현정(55) 코치. 차준환의 오랜 스승이자 동반자, 후원자인 지 코치는 이날 경기를 보며 “많이 아쉬웠다. 지도자로서 욕심이 왜 없었겠나. 결과는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세 번째 올림픽을 마친 (차)준환이가 자랑스러웠다”고 웃었다.
지 코치와 차준환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적 관계다. 어릴 적 아역배우로 활동하던 차준환이 우연한 계기로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하면서 둘의 만남이 이뤄졌다. 처음에는 지 코치가 직접 지도하지는 않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때 본격적으로 지 코치와 연이 닿으면서 둘의 서사가 시작됐다.
지난 15일 밀라노 남쪽의 선수촌 앞에서 만난 지 코치는 “운동선수로서의 ‘끼’까지는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안무 표현만큼은 무언가 달랐다. 아역배우 출신이어서인지는 몰라도 표정과 연기는 탁월했다”며 차준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이날 지 코치는 제자의 경기력을 놓고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미 차준환의 성장 스토리는 익히 알려졌다며 자신이 이야기를 보탤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제자의 품성 질문이 나오자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지 코치는 “준환이는 옆에서 보면 신기할 정도다. 이제는 어느 정도 스타가 됐는데도 착한 품성이 한결 같다. 또,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그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도 예의를 잃어버린 적이 없다”면서 “인성이 변하는 다른 선수들을 참 많이 봐왔는데 준환이는 다르다. 정확한 이유야 나도 모르겠지만, 그 점이 모두가 준환이를 좋아하는 배경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에서 남자 싱글 4위를 기록했다. 단 하나의 실수만 없었더라면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선수 최초의 메달 획득도 가능할 만큼 아쉬운 결과였다.
지 코치는 “사실 쇼트 프로그램 채점 결과가 아쉬웠다. 그것만 아니었더라면 더 좋은 성적이 나왔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거푸 넘어졌다. 올림픽은 그런 무대다. 얼음 탓도 있겠지만, 보이지 않는 중압감이 선수들을 짓누른다”고 덧붙였다.
지 코치와 15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차준환은 이제 다음 스텝을 고민하는 차례가 됐다. 4년 뒤 올림픽을 향해 갈지, 또 다른 길을 택할지. 선택은 선수에게 달렸다. 지 코치는 “일단 준환이에겐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다음 진로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일단은 당분간 푹 쉬었으면 한다. 지금은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전하겠다”고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