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리는 1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 경기에서 잔드라 벨제부르(네덜란드), 코트니 사로(캐나다)에 이어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쇼트트랙에선 세 번째 메달이다.
김길리는 초반 맨 뒤에서 달렸다. 사로가 선두로 나선 가운데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가 뒤를 이었다. 벨제부르가 다시 앞으로 나서면서 치열한 순위 싸움이 벌어졌지만 김길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네 바퀴를 남기고 3위로 올라선 김길리는 안쪽을 파고들어 2위로 올라섰으나 사로에게 밀려 다시 3위가 됐다. 결국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해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길리는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돌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김길리는 '남다른 떡잎'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전국 대회를 휩쓸었다. 2020년엔 주니어 세계선수권 1000m 금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지난 5월 국제대회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언니들을 제치고 1위로 태극마크를 달면서 혜성처럼 나타났다. 이후 2023~24시즌 월드컵 종합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최민정과 함께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수퍼카 '람보르기니'와 이름을 딴 '람보르길리'란 별명으로 불린다.
사실 김길리가 스케이트를 신게 된 건 '피겨 여왕' 김연아(35) 때문이다. 김길리는 "엄마 친구 딸이 피겨를 배워 구경을 갔다. 나도 배우고 싶어 7살 때 여름 특강을 들었다. 그런데 점프 말고 다른 것만 가르쳐줬다"고 떠올렸다. 김길리의 어머니 이진영(54)씨는 "여자아이라 예쁜 걸 좋아했다. 하지만 집 근처 한국체대에는 피겨 수업이 없었다. 그래서 쇼트트랙을 먼저 했다"고 설명했다.
원하던 종목은 아니었지만 운동신경이 뛰어난 아버지 김선호(56)씨를 닮아서인지 빠르게 실력이 늘었다. 일주일에 한 번 듣는 주말반 수업을 들으면서, 한 달 만에 출전한 생활체육 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개인 레슨을 시작했고,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서 본격적인 엘리트 선수의 길을 걸었다. 18살 때 목표로 했던 2022 베이징올림픽 출전엔 실패했지만, 밀라노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다. 그리고 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김길리는 이번 대회 내내 고전했다. 혼성 계주에선 미국의 코린 스토터드에게 걸려넘어져 억울하게 탈락했다. 피부가 까지는 부상도 입었다. 개인전에서도 두 번이나 넘어졌다. 1000m에서도 준결승에서 해나 데스멋(벨기에)에게 걸렸으나, 어드밴스를 받아 결승까지 올랐다. 그러나 끝내 메달을 따냈다.
최민정은 앞서 열린 순위결정전에서 세 번째로 들어와 8위에 올랐다. 최민정과 김길리는 21일 열리는 여자 1500m에서 다시 한 번 메달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