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의 햇살은 따스했지만, 외과 전문의 김병천 교수의 손끝은 기이할 정도로 서늘했다. 평소 아내와 손을 잡을 때마다 “난로처럼 따뜻하다”는 말을 듣던 그였다.
꽃샘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마네킹의 의수’를 이식한 듯한 이질적인 차가움이었다. 수만 명의 암세포를 도려내온 베테랑 의사의 직감이 머릿속에서 경보를 울렸다.
검사 결과는 잔혹했다. 가슴 속 흉선에서 발견된 7㎝의 거대 종양. 5년 생존율이 40%도 안 되는 흉선암 3기였다. 더 기막힌 현실은 그의 동료이자 아내 역시 유방암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의사 부부의 거실은 순식간에 암 환자 둘의 병실이 되었다.
" 아내가 먼저 암에 걸렸을 때 이미 한 차례 무너졌던 덕분일까요. 제가 암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땐 오히려 덤덤하더군요. 그때부터 우리는 생존 전략을 공유하는 ‘투병 전우’가 되었죠. "
의사에게 암은 ‘아는 게 병’이었다. 논문을 뒤질수록 냉정한 통계 수치가 숨통을 조여왔다. “다 잘될 것”이라는 막연한 위로는 전문의인 그에게 공허한 소음에 불과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를 살린 것 역시 의사로서의 경험이었다.
김 교수는 결심했다. 교과서에 갇힌 통계에 자신을 맞추는 대신, 암세포가 가장 혐오하는 환경을 제 몸속에 구축하기로.
가슴을 절개하는 대수술을 마친 직후, 운전대를 잡을 기력조차 없는 몸을 이끌고 그는 운동장으로 기어 나갔다. 의사로서의 지식, 아내를 병간호하며 얻은 경험, 그리고 자신의 몸을 생체 실험실 삼아 증명해낸 ‘새로운 항암 로드맵’을 만들었다.
더중앙플러스 ‘뉴스페어링’에선 암을 이긴 의사 김병천(65)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가 직접 만든 ‘5:5 식단 원칙’부터, 항암 10년이 지나도록 재발 없이 건강을 유지하게 한 운동법까지 모두 공개한다. ‘저염식만 먹어야 한다’ ‘수술 후엔 걷기가 최고다’ 등 암환자들의 고정관념에 대해 의사이자 암 생존자로서 명쾌한 해답을 내놨다.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부부가 매일 먹은 음식 두가지
📌불량음식 먹었다면, ‘5:5 원칙’
📌불가능은 없다 ‘기적의 생존 운동’
📌암세포가 가장 싫어하는 환경
📌의사도 혹했다, 가짜뉴스 정체
📌암 부부 지켜낸 돌봄 원칙
Q : 손발이 찬 건 흔한 일인데요. 심상치 않음을 느끼셨나요?
원래 손이 따뜻한 사람이었는 데다, 계절적으로 춥지도 않았기 때문에 일시적인 외부 요인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몸의 면역 체계가 무너졌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느꼈죠. 당시 제 나이가 암 발생 빈도가 급증하는 50대 초반이었기에, ‘면역 체계 이상이 암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미쳤죠. 만약 수족냉증을 단순한 컨디션 난조로 무시했다면 발견하기 어려웠을지도 몰라요.
Q : 그래서 바로 정밀 검사를 받으신 건가요?
네. 처음에는 위나 대장, 췌장 쪽을 의심하고 복부 CT를 찍었어요. 그러다가 흉부까지 범위를 넓혔는데 상부 쪽에서 생각지도 못한 혹이 발견된 겁니다. 막상 결과를 마주하니 충격이 컸습니다. 영상의학과 동료 교수가 덤덤하게 “암입니다. 수술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하는데, 그 한마디가 참 섭섭하더군요.
Q : 항암 치료 중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이었나요?
항암제가 몸에 들어가면 입안부터 식도까지 모든 점막이 헐어버립니다. 목구멍에 뜨거운 불덩이를 집어넣은 것 같은 고통이 24시간 계속되더라고요. 먹는 것 자체가 공포가 됐어요. 의사인 저조차 ‘굶어서 죽겠구나’ 싶었어요. 절망의 끝에서 다시 숟가락을 들었어요. 암과의 싸움은 결국 기력 싸움이고, 그 기력은 입으로 들어가는 것에서 결정된다는 걸 아내의 항암 치료를 지켜보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