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엄마 사고사" 딸은 몰랐다…유품정리사 굳어버린 욕실 물건

중앙일보

2026.02.16 13:00 2026.02.16 13:48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그들은 왜 쓸쓸한 결말을 맞았을까요. 유품정리사 김새별 작가가 삶과 죽음에 대해 묻습니다. 중앙일보 유료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가
‘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30)을 소개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60대 후반의 여성은 피아니스트였다.
남편과 사별 후 10년을 홀로 살다 고독사했다.

그랜드 피아노가 놓인 현장은 처음 봤다.
30평대 후반의 널찍한 아파트.
노인 혼자 살기엔 넓었다.
하지만 구석구석 깔끔하게 관리가 돼 있었다.

흔히 보던 독거노인의 고독사 현장과는 달랐다.
잘 정돈된 집안이 되레 더 고독해 보일 정도였다.

의뢰인은 자녀였다.
같은 아파트 바로 옆 동에 살았다.
어머니가 홀로 되신 뒤 걱정돼 자녀가 집을 옮겼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고독사와는 달리 늦지 않게 수습이 됐다.

집 상태는 깨끗했다.
방치된 시신과 음식물에 달려드는 놈들이 없었다.
깨끗한 걸 넘어 고요했다.
집안의 모든 것이 정지된 느낌.
희미한 시취만이 방금 막 내린 비극의 무대를 연상케 할 뿐이었다.

이지우 디자이너
방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큰 그랜드 피아노.
책장엔 수많은 악보와 음악 서적들이 빼곡했다.
반면 다른 살림살이는 많지 않았다.
적막한 공간.

고인은 젊은 시절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외국 생활도 했다.
결혼하고 한국으로 들어온 모양이다.

그 정결한 공간에서 고인이 치울 수 없었던 마지막 흔적이 욕조에 남아 있었다.
미끄러짐 사고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홀로 계신 어머니가 걱정돼 가까운 곳으로 이사까지 왔는데 정작 고독사로 생을 마감했으니 자녀의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속으로 수많은 위로의 말이 떠올랐지만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무슨 말을 건네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억누르고 있던 고통과 슬픔을 터뜨리는 꼴이 될 수도 있었다.
정성을 다해 유품을 정리하겠노라 말을 남길 뿐이었다.

유족과 이야기를 마친 뒤 작업을 위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갔다.
처음엔 그랜드 피아노에 압도돼서 그랬는지 안 보였던 화분이 눈에 들어왔다.
이파리가 두껍고 나무 줄기도 통통했지만 좀 물러 보이는 나무.
제법 컸다.

“이 식물이 뭔가요?”
“염자라는 다육식물이에요. 엄청 크죠?”
“다육식물요? 와… 전 그냥 무슨 나무인 줄 알았어요. 다육식물은 작잖아요.”
“어머니께서 20년 넘게 애지중지 키우신 거예요.”
“가지고 가실 거죠?”
“…”

한순간 말이 없었다.
내가 아차 싶었다.
의뢰인은 울컥하듯 말을 삼키다 젖은 음성으로 겨우 한마디 꺼냈다.
“맘이 아파서 못 보겠어요….”

그럴 수 있다.
유품은….
간직하고 싶은 추억이기도 하지만, 볼 때마다 가슴을 쥐어짜는 아픈 징표이기도 한다.
너무 사무치면 피하고 싶은 유품이 있다.
감정을 추스른 유족이 겨우 말을 이었다.

“저는 엄마 사진 몇 장만 가지고 가려고요.
혹시… 대신 키워주실 수는 없을까요?”
“네, 버리지 않고 제가 잘 키우겠습니다.”

우리 집엔 고인의 집에서 가져온 반려식물들이 가득하다.
그 역시 생명체니 버릴 수 없을 때가 많다.
이번처럼 유족이 부탁할 때도 있다.
내 집에 나무 하나 늘어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랜드 피아노는 유족이 따로 전문 업체를 찾아 처분한다고 했다.
보통 피아노도 처리하기 힘든데 다행이었다.
그러고 나니 유품 정리가 쉬웠다.
잘 정리된 짐들을 그대로 박스에 차곡차곡 담기만 하면 됐다.
악취도 없었다.
그냥 이삿짐을 옮기는 느낌이었다.

‘살아생전 정말 깔끔한 분이셨나 보다.’
인테리어 하우스처럼 예쁜 장식품들과 소품, 가구들로 집안이 꾸며져 있었다.
냉장고도 깔끔했다.
당장 며칠 먹을 분량 정도의 적당량만 꼼꼼하게 수납돼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집이 정리돼 있을까.’
궁금할 정도였다.
마치 미리 정리해둔 것 같은 모양새.

유족은 이런저런 뒤처리 때문에 전화를 걸고 받고, 한동안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오곤 했다. 다른 방들 정리를 끝내고 자녀들이 가져가기로 한 유품들은 따로 모아 옮겨주기로 했다. 그런 작업들을 얼추 끝내고 미리 약품을 뿌려둔 욕실로 향했다.

독한 약품에 눈이 따끔거렸다.
욕조에 생긴 부패물들을 닦아내고 다시 한번 약품을 뿌렸다.
이렇게 여러 번 작업을 해줘야 한다.

그때 문득 욕실 천장 쪽을 올려보니 벽면에 붙은 수건걸이가 눈에 띄었다.
흠뻑 젖은 무언가가 잘린 채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처음엔 욕실 전체로 약품을 뿌리느라 잘 몰랐다.
그 물체는 이제 독한 약 때문에 색이 빠져버려 뭔지를 알기 어려웠다.

(계속)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던 유품정리사는 그 물체가 뭔지 파악된 순간 굳어버렸다. 그것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사고사라고 정리된 현장이었지만, 그것은 ‘사고’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정갈했던 공간과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흔적.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며칠 뒤 염자나무를 집으로 데려온 후, 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미스터리한 이 사건의 진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엄마 사고사" 딸의 눈물…유품정리사 충격 준 욕실 물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4935

베란다서 담배 피우다 죽었다…통닭집 女사장 '끔찍한 흔적'
그녀는 의자에 앉은채 베란다에서 죽었다. 겨울이라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어놨다. 집 안은 통조림처럼 밀봉된 채로 가열됐다. 이상한 악취에 불쾌감을 느끼던 세입자들은, 그 진실을 알고 공포로 바뀌었다. 특히 세입자들의 충격이 컸던 건 그 건물의 배관 구조 탓이었다. 시신의 부패물을 봤을 거란 의심. 그걸 만졌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왜 그랬을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7220

고모부가 데려다준 고시원…20살 소녀 방은 연기가 났다
“유품을 챙기실 가족분들은요?” 묻자 고시원 주인이 입을 열었다. “고모부란 사람이 다녀갔어요. 죽은 친구가 처음 올 때도 그 아저씨랑 왔죠. 그 양반이 여기 계약하고 월세를 내줬거든요.” 스무 살 소녀는 왜, 가족도 아닌 ‘고모부’ 손에 이끌려 이 방에 와야 했을까. 고시원 주인이 전한 소녀의 사연은 너무나 잔인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2213

화장실 천장 보고 놀랐다…금수저 여대생의 '잔혹한 불효'
조카의 유품 정리를 의뢰한 이모의 전화를 받았다. ‘원룸’이라고 설명 들었지만, 흔한 오피스텔은 아니었다. 살림살이는 아주 세련됐고, 주방가구는 최신식 옵션이었다. 화장실도 고급이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독립형 욕조. 그리고 고개를 들어 환풍기를 본 순간 온몸엔 소름이 돋았다. 금수저 20대 여성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0450

40세 언니는 첫 남친 생겼다…“30만원만” 5일뒤 터진 비극
“집 밖에 나가지도 않는 사람이 누굴 만나?” 40세 언니에게 생긴 3살 연하의 첫 남친.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언니의 카카오톡 프로필은 촛불 사진으로 바뀌었다. 그 뒤 참혹한 일이 터졌다. 언니에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6850

김새별([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