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수가 많은 유튜브 계정을 미끼로 아동 성착취물 영상을 제작·배포한 20대 A씨가 2년 6개월간 이어진 재판 끝에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석방되기도 했던 A씨가 중형을 선고받는 데는 디지털 포렌식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채원재 수원지검 검사는 지난달 대검찰청이 발간한 『법과 과학』에서 “기나긴 법정 다툼을 끝낼 수 있는 반전의 계기가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수원지법 형사13부(장석준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23일 A씨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등 혐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6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더불어 아동, 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 5년간 취업제한을 명했다. 재판부는 “오랜시간이 지났음에도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한 점 등을 보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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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계정’으로 10세 전후 아동 유인
A씨는 2020년 8월부터 2021년 7월까지 10세 전후 아동 4명을 유인해 성 착취물 영상을 제작한 혐의를 받는다. 10대들이 많이 보는 유튜브 영상에 “구독자 수가 많은 계정을 무료로 준다”는 댓글을 달고, 이를 보고 접근한 아동들에게 “열 온도를 체크하는 앱 테스트를 도와주면 계정을 무료로 주겠다”고 속여 아동들의 휴대전화에 원격조정 앱을 설치하는 식이었다.
이후 A씨는 테스트를 빌미로 열 온도 체크를 위해 옷을 벗어야 한다고 지시한 후 피해 아동들의 휴대전화를 조작해 신체를 불법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피해 아동의 부모에게 “1억원을 주지 않으면 촬영한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금품 갈취를 시도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일부 아동의 부모가 신고하며 수면 위로 드러났고,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최나영 부장검사)는 2023년 3월 22일 A씨를 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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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해킹당해” 주장, 포렌식 결과 '거짓'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자신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하지 않았고, 누군가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원격조종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A씨는 “성명불상의 해킹범에게 휴대폰을 해킹당해 협박을 받았다. 해킹범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원격제어 해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1심 내내 혐의를 부인했다. 자신이 사용하던 IP주소에서 범행이 이뤄졌거나, 휴대전화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발견되었더라도 이는 누군가의 해킹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논리였다.
A씨의 심리가 길어지며 급기야 보석으로 석방되는 일까지 벌어지자, 담당 검사는 대검 과학수사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과학수사부는 A씨가 사용한 카카오 계정, 지메일, 로그 기록, IP 등에 관한 자료들 분석에 돌입했다. 과학수사부는 “피고인의 주거지 IP 이외에 타 IP에서 범행 사용 계정에 대한 카카오톡 접속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고, 검사는 분석 결과를 법정에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징역 10년형을 선고하며 “포렌식 결과, 별도 해킹범에 의한 외부접속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A씨의 주장을 배제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채원재 검사는 “(피고인이)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 주장을 뒤집을 증거가 부족했다”며 “사건이 미궁으로 빠져드는 듯한 기분에 무척 힘들었는데, 대검 과학수사부의 감정 결과가 아니면 재판은 더 길어졌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