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내각의 '서민' 통상 전문가로서 관세 법·정책 틀 구축
모르몬교 선교사 출신에 차분한 성격…상무장관과 정책 이견도
"조용한 설계자"…NYT, '트럼프 무역키맨' 그리어 USTR대표 조명
억만장자 내각의 '서민' 통상 전문가로서 관세 법·정책 틀 구축
모르몬교 선교사 출신에 차분한 성격…상무장관과 정책 이견도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크게 관여한 인물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더불어 주목받는 또 한 명의 '키맨'이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다.
그리어 대표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와 무역 협상에 나서면서 익히 알려진 인물이다.
다만 러트닉 장관이나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같이 인지도가 높고 자기주장이 강한 억만장자 출신 장관만큼 주목받지는 못했으며 영향력도 이 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여겨졌다.
특히 한국의 경우 러트닉 장관이 관세 협상을 주도한 데다 주력 대미 수출품인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상무부가 담당하고 있어 러트닉 장관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였다.
그리어 대표는 한국과의 협상에서 비관세 장벽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데 이 분야는 디지털 규제에 대한 미국 측의 문제 제기로 최근 다시 관심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그리어 대표를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의 "조용한 설계자"로 평가하고서 45세인 그리어 대표가 막후에서 세계 경제를 재편하는 데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고 보도했다.
NYT는 그리어 대표가 "거리낌 없고 안하무인인 억만장자들로 가득한 내각"에서 차분한 태도로 인해 자주 부각되지 않았다면서도 무역 변호사인 그리어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비전을 실제로 이행하는 데 필요한 법과 정책적 틀을 짰다고 설명했다.
또 혼돈으로 가득한 트럼프 행정부에서 그리어 대표는 안정을 가져다주는 인물로 여겨지며, 그가 예측 불가능한 대통령과 다른 내각 거물들, 무역에 운명이 걸린 외국 정상과 기업 경영자 수십명의 요구 사이에서 조용히 길을 찾아갔다고 NYT는 평가했다.
이런 처세가 가능했던 배경과 관련, 그리어 대표의 친구들은 그가 멘토이자 옛 상사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의 조언을 따랐다고 한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무역대표를 지낸 라이트하이저는 "누구의 공이 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면 워싱턴에서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리어 대표는 관세를 이용해 미국 제조업을 재건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진심으로 신봉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다만 그리어 대표는 행정부의 가장 중요한 무역 정책 결정에 항상 포함되지는 않았고, 이 때문에 영향력이 다른 장관에 비해 약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4월에 국가별 상호관세의 90일 유예를 갑작스럽게 발표했을 당시 그리어 대표는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었고 유예 결정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리어 대표와 가까운 이들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탄탄한 관계를 구축했다고 말한다.
그리어 대표는 자기가 다른 장관들처럼 억만장자나 유명 정치 인사는 아니지만 "내 업무를 안다"는 간단한 이유로 무역대표로 선택됐다고 말했다.
그리어 대표는 기이할 정도로 차분한 성격인데 자녀를 다섯이나 키우면서 그렇게 됐다고 일부 지인들은 말한다고 NYT는 전했다.
반면 그리어 대표는 이라크 전장에서 군 법무관으로 복무한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그리어 대표는 캘리포니아주의 노동자 가정에서 다섯 형제 중 네 번째로 태어났으며 그의 가족은 이동식 주택에서 살았다.
그는 방학과 학기 중에 설거지와 맥도날드 아르바이트를 했다.
브리검 영 대학교에 다녔고, 재학 중 벨기에, 프랑스, 룩셈부르크에서 모르몬교 선교사로 2년 활동했다.
버지니아주 법대를 마치고 파리에서 유학한 뒤 미국 캔자스주, 튀르키예, 이라크에서 군 법무관으로 복무했다.
워싱턴DC의 유명 법률회사 스캐든 압스에 취업하려던 중 면접 시험관으로 라이트하이저를 만나게 됐다.
라이트하이저는 그리어를 "지능과 가치"를 가진 사람으로 높게 평가했고 2012년에 그리어를 채용했다.
그리어는 라이트하이저를 도와 US스틸 등 미국 기업의 무역 사건 변호를 맡았으며, 정부 보조금을 받는 중국 기업의 수출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범람하는 상황을 목격하게 됐다.
그는 이런 경험을 통해 값싼 제품의 대거 유입을 국가 안보 문제로 인식하게 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승리했고, 라이트하이저는 무역대표가 되자 그리어를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그리어는 라이트하이저의 그림자처럼 백악관 회의에 참석하고 대통령 전용기를 함께 탔다. 특히 라이트하이저는 세계무역기구(WTO), 한국, 멕시코와의 고위급 회담에 자기 대신 그리어를 보내 외국 관료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어는 비서실장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업무를 했다.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집권 2기 때 다시 무역대표를 맡을 생각이 없어 그리어를 지지했고, 또 다른 억만장자보다는 통상 전문가가 대통령에게 더 도움 될 것으로 생각한 사람들과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도 그리어에 힘을 실었다.
성격과 배경이 다르다 보니 그리어 대표와 러트닉 장관 간에 이견도 있었다.
러트닉 장관이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부과한 품목별 관세를 지렛대로 사용해 다른 나라의 대미 투자를 끌어내는 데 집중했지만, 그리어 대표는 전략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품목별 관세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또 그리어 대표와 베선트 장관이 작년 5월 중국과 무역 전쟁 '휴전'을 선포한 직후에 상무부가 중국을 겨냥한 새로운 반도체 수출통제를 발표해 중국과의 관계가 다시 악화하자 그리어 대표가 발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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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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