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사진작가 이광주씨는 충북 충주 호암지에서 수달 5마리가 얼음 위에서 함께 뛰어노는 장면을 포착해 유튜브에 공개했다. 호암지 주변은 택지지구 한복판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선 곳이다.
하지만 수달들은 아랑곳않고 수면 위에 비친 아파트 풍경 사이로 헤엄치거나, 야간에도 물고기를 사냥하는 등 활발한 모습이었다. 이 외에도 이씨는 지난해 12월~올해 1월 호암지와 이어진 달천에서 여러 차례 수달을 카메라에 담았다.
새해 전국 도심 곳곳에선 수달을 목격했다는 시민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5일엔 경기 군포시 반월호수에서 1마리가, 27일엔 광주 금호동 매월2교 부근 서창천에서 3마리가 목격됐고 31일에는 전주 삼천동 삼산지 부근에서도 2마리가 발견됐다.
수달은 1~2급수 수준의 깨끗한 물과 풍부한 먹이, 굴을 팔 수 있는 수변공간이 모두 있어야 살 수 있어, 지역 생태계의 회복 정도를 가늠하는 ‘생태지표종(Indicator Species)’으로 분류된다.
지난달 9일 국내 최대 아연 제련소인 석포제련소 앞 낙동강 상류에서도 수달 3마리가 포착됐는데, 모기업인 영풍그룹은 이를 ‘폐수 무방류 시스템’ 등 자사의 환경개선 투자 효과라고 홍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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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75마리 로드킬…“출현 홍보만” 지적도
이렇듯 전국 각지에서 속속 발견되고 있지만 수달의 삶은 녹록지 않다. 2023년 국립생태원이 발간한 ‘로드킬 다발구간 정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2년 로드킬로 폐사한 법정보호종 가운데 수달이 301건으로 삵(712건)에 이어 2번째를 기록했다. 연평균 약 75마리 안팎의 수달이 차에 치여 죽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1982년 모피용 남획, 하천오염 등으로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된 데 이어 2012년 이후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IUCN이 잠재적 위기종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의 ‘준위협(NT·Near Threatened)’ 등급으로 지정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서울수달보호네트워크는 “서울에도 수달이 돌아왔지만 잦은 정비사업 등으로 한강 본류가 아닌 지천에서밖에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달이 나타났다는 것 자체만을 홍보할 게 아니라, 하천의 자연성을 높이고 수달을 위협하는 요인 조사와 개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에서는 한국의 유라시아수달을 담수 생태계의 ‘우산종(Umbrella Species·서식지 요구 조건이 까다로워 한 종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다른 종들도 함께 보호되는 종)’으로 보면서, 수질관리지침인 유역관리계획과 서식지·조류지침(나투라2000 등)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천 수질·유량 등을 관리할 때 야생생물의 서식지도 함께 고려하도록 되어있단 의미다.
IUCN 국제수달전문가그룹은 수달 로드킬 완화를 위한 논문을 통해 “교량 등에 수달이 안전하게 지날 수 있는 생태 통로, 유도 울타리 등을 설치해 하천의 생태 통로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