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에서 과열되고 있는 대구시장 후보 경쟁을 지켜보는 국민의힘 관계자의 말이다. 중국 주나라가 무너지고 전국 각지 제후들이 권력 쟁탈전을 벌였던 것처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사퇴로 무주공산이 된 이번 대구시장 선거판도 유달리 치열하다는 것이다.
일단 출마자들 면면이 화려하다. 국회부의장 주호영(대구 수성갑·6선) 의원, 윤석열 정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추경호(대구 달성·3선) 의원, 윤석열 정부 시절 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윤재옥(대구 달서을·4선) 의원, 당 원내수석대변인인 최은석(대구 동구갑·초선) 의원, 홍석준 전 의원, 이재만 전 동구청장은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다. 이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인 유영하(대구 달서갑·초선) 의원은 9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12일 출마를 선언했다.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대구의 부활’을 부르짖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4년 지역소득’ 결과에 따르면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137만원으로, 전국 17개 시·도에서 31년째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1위 울산(8519만원)과는 약 3배, 전국 평균(4948만원)과도 1.5배 가까이 차이가 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마를 선언한 추 의원은 “대구는 대한민국 3대 도시라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깊은 침체에 빠져 있다”며 “대구에 필요한 것은 경제 리더십”이라고 했다. 주 의원은 지난달 25일 동대구역 광장의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대구를 재도약 시키겠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독하게 대구의 실속을 챙기는 야전사령관”을 자임했고, CJ제일제당 사장 출신 최 의원은 “대구시민 여러분의 CEO가 되겠다”고 했다. 이 전 위원장은 “수출, 산업, 교육 혁명을 통해 위풍당당한 대구를 만들겠다”고 했다. 유 의원은 아예 삼성 반도체 공장 대구 유치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초반 레이스는 추경호-주호영 ‘2강’이라는 관측이다. 대구의 한 의원은 “그래도 시민들이 경륜과 전문성을 시장의 덕목으로 많이 따지고 있다”고 말했다.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29~30일 대구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803명을 상대로 대구시장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를 조사했을 당시 추 의원은 20.8%, 주 의원은 17.8%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다크호스는 이진숙 전 위원장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웰이 지난 5~6일 대구시 거주 만 18세 이상 8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전 위원장은 22.6%로 추 의원(14.4%)과 주 의원(12.7%)을 오차범위 바깥에서 앞질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전 위원장 측은 “새로운 인물을 원하는 대구 민심에 의해 이 전 위원장이 판도를 흔들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재보궐선거도 관심사다. 지금 구도대로 추 의원 또는 주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최종 본선 후보가 되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그러면 6·3 지방선거에서 대구 달성 또는 대구 수성갑의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다. 항간에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전 위원장이 재보궐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있다.
이에 맞서는 더불어민주당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출마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다만 김 전 총리는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시장 출마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이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되면 김 전 총리가 나설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현재 구도에서 갑자기 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은 높진 않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가 잠잠하자 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홍의락 전 의원도 10일 돌연 불출마로 선회했다. 홍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아무리 바른 문제의식과 분명한 방향이 있다 해도 그 뜻을 함께 짊어질 중심이 모이지 않는다면 그 도전은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썼다. 대구시당 관계자는 “당에서 김 전 총리 등이 움직일 명분을 줘야 한다”며 “아니면 선거 승리는 난망하다”고 말했다.
개혁신당은 이수찬 대구시장위원장이 11일 출마를 선언했다. 이 위원장은 “기득권 정치의 단물을 빨아 먹던 이들에게 더 이상 우리 대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