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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울산, 경남 어느 정당도 안심하지 못한다 [월간중앙]

중앙일보

2026.02.17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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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특집 - 격전지 분석②]


낙동강 벨트(PK) 수성이냐, 탈환이냐

민주당, 2018년 남북 정상회담 같은 메가톤급 ‘바람몰이’에 안간힘
국민의힘, 오랜 보수 정서에 중도층 민심 결합하는 노선 정립과 공천이 관건


2월 9일 부산 북구 만덕IC에서 열린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 개통식에서 초청인사들이 개통을 축하하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부산·울산·경남(PK)은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이다. 이곳의 민심이 지역주의를 타파한 2018년 지방선거 선거 결과를 재현할지, 보수정당이 다시 탈환했던 2022년 지방선거 흐름을 이어갈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PK(부산·울산·경남)를 파란색으로 물들였던 ‘2018 어게인’ 기대감을 키운다. 보수정당에 몸담았던 전직 국회의원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하나둘씩 민주당으로 입당하는 것도 이 같은 기대감 때문이다. 민주당의 예비주자는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현역 광역단체장들이 재선, 3선에 도전하는 가운데 새로운 도전자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PK 광역단체장 모두 석권했던 2022년의 전적을 이어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부산과 울산, 경남의 광역단체장이 선전해야 기초단체장·기초의원 후보군의 지지세도 뒤따라간다. 시·도지사 선거가 PK 지방선거 전반의 승패를 가른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물살을 타고 있는 광역지자체 간 행정통합 추진도 PK 선거판을 크게 흔들 요인으로 잠복해 있다.



어게인 2018이냐, 어게인 2022냐



지난 2018년 지방선거는 PK에선 ‘바람’ 덕분에 민주당의 압승이 가능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60%를 웃도는 데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이 지방선거에 임박해 잇달아 열렸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까지 고조되면서 민주당 후보가 험지 PK에서도 선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2026년 2월 현재의 PK 민주당 상황도 나쁘지 않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계열 후보로서는 처음으로 PK에서 마(魔)의 40% 지지율 장벽을 뛰어넘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이던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실제로 이행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도권에서 멀수록 더 두텁고 과감하게 지원하는 인센티브 체계’를 강조해왔다. 국가균형발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는 지역 맞춤형 메시지도 내놓는다.


이 대통령은 광주·전남,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불을 지피는가 하면, 대선 공약인 5극 3특 조성에도 박차를 가할 태세다.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정을 지방정부로 전향적으로 이양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균형발전 행보에 거침이 없다. PK가 행정통합에 나설 경우,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따르리라는 약속이 뒤따른다.




‘이재명은 합니다’ 슬로건에 실리는 현실감들

이런 흐름은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슬로건에 현실감을 더해주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에게는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카드도 남아 있다. 이런 정책 재료들은 이 대통령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던 유권자층을 공략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여권도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PK에 뿌리 깊은 반명(反明, 반이재명) 정서를 희석하는 데 총력전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경남 거제시 견내량 인근에서 열린 남부내륙철도 착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민의힘에 필요한 건 반전(反轉)의 드라마다. 당장은 여권이 흥행을 주도하는 듯해 보여도 PK 민심은 언제든지 말을 갈아탈 수 있다. 기본적으로 PK는 보수세가 강하다. 게다가 평소에는 정치에 무심하거나, 특정 진영에 대한 호불호를 드러내지 않는 ‘샤이 보수층’도 적지 않다. 이들은 선거 당일 보수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경향이 강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정국 현안에 대처하는 국민의힘의 스킬은 거칠고 서툰 편이다. 최근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의 합당 논란, 명청(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갈등과 같은 폭발성이 강한 여권발 악재가 꼬리를 이었다. 내부 파워게임에 힘을 써버린 국민의힘은 이런 우호적 외부 환경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기민함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장동혁 지도부는 ‘윤 어게인’ 세력에 치우친 행보로 일관한 데다, 친한(親韓, 친한동훈)계마저 축출하면서 중도 보수층 민심 이반 기류가 짙어지고 있다. ‘지도부가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당 일각의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는 이런 위기감의 발로인 셈이다.


이런 흐름을 의식한 듯, 국민의힘 지도부는 최근까지 고수해왔던 강경 노선을 약간 누그러뜨리는 등 완급 조절을 기하고 있다. 매파적 입장을 대변하던 김민수 최고위원은 보수 유튜브 토론회에서 “‘윤 어게인’으로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외연 확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한동훈 전 대표 등을 겨냥한 ‘윤석열 전 대통령 배신자 척결’ 요구에도 “그 사람(한동훈 전 대표)도 이제 없다”고 일축하는 등 확전과도 선을 그었다.


장동혁 대표는 지금까지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문제나, ‘윤 어게인’과의 관계 설정 문제에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예비후보 상당수는 여전히 갈피를 못 잡는 중앙당 행보에 답답함을 호소한다.



PK, 누가 뛰나


부산에선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주자로 꼽히는 전재수(부산 북갑) 의원이 몸풀기에 나섰다. 통일교 관련 의혹으로 해수부 장관직을 사퇴하고 SNS 정치를 이어오던 전 의원은 2월 9일 자신의 지역구 행사인 만덕~센텀 고속화도로(대심도) 개통식에 참석, 사실상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전 의원의 공식 출마 선언은 3월쯤으로 예상된다. 지역구를 이어받을 후임자 선정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출마를 공식화한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당 이재성 전 부산시당위원장도 표밭 다지기에 나섰다. 2024년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인재 2호로 영입된 이 전 위원장은 부산 사하을에서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보수진영은 경선, 진보진영은 단일화가 관건

국민의힘에선 3선에 도전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시민들과의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부산 지역 당원협의회와 릴레이 간담회를 갖는가 하면, 부산시정 홍보와 설 인사를 담은 ARS 음성 메시지를 돌리는 등 소통 강화에 나섰다. 올 초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전재수 의원과 오차범위 안팎에서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난 박 시장의 행보는 그만큼 절박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당 지도부의 노골적인 ‘우향우’ 노선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던 박 시장이 당성이 강한 당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한 것은 공천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합리적 중도보수’ 이미지의 박 시장은 자신이 부산 지역의 중도층 공략의 적임자임을 자처한다. 국민의힘이 경선 룰을 당원 투표(당심) 50%, 국민 여론조사(민심) 50%로 유지하면서 박 시장의 본선 진출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월 29일 박형준(왼쪽)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창원시 진해구 부산신항 내 동원글로벌터미널 홍보관에서 2028년 행정통합 완성 로드맵을 제시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4선의 김도읍(부산 강서) 의원도 출마를 고심한다. 올 초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전재수 의원과의 가상대결에서 접전을 펼치는 등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지역구 특성이 그의 선택을 제약할 수도 있다. 부산 강서구는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앞지른 유일한 부산 지역구이다. 낙동강 벨트에서도 특히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그만큼 후임자 발굴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다. 자칫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에 의석을 내주는 경우 그 후폭풍은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을 강타할 수도 있다.


울산에선 민주당 김상욱(울산 남갑) 의원의 시장 도전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확인된 상황이라 막판까지 출마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최근 민주당에 울산시장 예비후보자 자격심사를 신청했다. 김 의원은 “공식 출마를 선언할 단계는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차출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외에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이선호 전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 성인수 전 민주당 울산시당위원장, 안재현 전 노무현재단 상임대표, 문재인 정부 관세청장을 지낸 김영문 전 동서발전 사장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진보정당 지지세가 강한 울산에선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도 관심사다. 진보당에서는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 구청장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울산 동구에서 무난히 당선됐다. 같은 구도로 치러진 지난 2024년 총선에서는 진보당 윤종오(울산 북) 의원이 당선됐다. 이번 울산시장 선거도 진보진영 단일화가 득표율 제고에 직결되는 변수라 하겠다.


국민의힘에선 재선에 도전하는 김두겸 울산 시장의 우세가 점쳐진다. 지역 정가에선 박성민(울산 중) 의원과 친한계 서범수(울산 울주)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박완수, 김경수 빅매치에 쏠리는 눈들

경남에선 전·현직 도지사의 빅매치 여부가 최고의 관전 포인트다. 국민의힘 소속인 박완수 도지사와 전임 도지사였던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백중세를 보인다. 박완수 지사는 “여론을 들어보고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아직까진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사실상 출마 행보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김경수 위원장도 “과거 경남도지사직을 끝까지 완수하지 못했던 사람으로서 도민에 미안함과 빚이 있다”(지난해 11월 지방시대위 기자간담회), “정치를 다시 한다면 경남 말고 다른 데서 할 수 있겠나”(올 초 언론사 신년 특별대담) 등 출마의 길을 열어뒀다.


민주당에선 민홍철(경남 김해갑)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설도 나돌았으나 최근 민 의원은 “경남 지역 승리에 힘을 보탤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국민의힘의 경우, 3선 의원 출신인 조해진 김해을 당협위원장이 최근 출마선언을 했고, 윤한홍 의원(경남 창원 마산회원)과 김태호 의원(경남 양산을), 김성태 전 의원 등의 출마설도 거론된다. 진보당에선 전희영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출마 선언을 했다.




행정통합, 해도 안 해도 여당에 유리한 판


이번 PK 지방선거의 또 다른 변수는 행정통합이다. 현재 여권이 주도하는 행정통합이 6월 지방선거 전에 현실화된다면, 여야의 당내 공천 방정식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행정통합의 주체 돼야 할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올해 주민투표를 거쳐 ‘2028년 행정통합’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부산·경남은 6월 지방선거 전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이 작다.


현 상태로 각 지역의 광역지자체장을 선출할 경우, PK의 야당 소속 광역단체장 모두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약속한 행정통합이란 밥상을 걷어차 버렸다”는 공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특히 박완수 경남도지사를 콕 찍어 “지난 2022년 출범했던 부·울·경 메가시티를 중단시킨 ‘원죄’가 있다”고 공격한다. 박형준 부산시장이나 김두겸 울산시장도 부·울·경 메가시티를 지켜내지 못한 책임 공세에 노출될 것으로 지역 정가에서는 보고 있다.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은 현재 행정통합의 모태가 되는 부·울·경 메가시티를 추진했던 주역이다. 지금도 전국 각지의 행정통합을 지원하는 지방시대위원회의 수장으로 행정통합 이슈를 선점한 상태다. 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선거에 뛰어든다면 정부의 행정통합이라는 모멘텀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다른 민주당 후보들도 ‘여당 프리미엄’과 행정통합 이슈로 국민의힘 후보를 압박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경 국제신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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