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얼음 위를 눕듯이 붙어 코너를 돈다. 인코스 추월 장인 곽윤기도 인정한 '포스트 곽윤기' 이정민(24·성남시청)이 5000m 계주 금메달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한국은 1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 2조에서 6분52초709로 1위를 기록해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3번 주자 이정민이었다.
이정민은 레이스 중반 인코스 추월로 일본과 벨기에를 따돌리고 2위로 올라섰다. 6바퀴를 남기고 이정민의 필살기는 다시 나왔다. 네덜란드 선수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안쪽으로 파고들어 선두로 나섰다.
곽윤기 중앙일보 해설위원은 이번 대회 전부터 이정민을 주목했다. 계주에만 출전하지만, 계주에서 필요한 인코스 추월에 능했기 때문이다.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 곽윤기가 했던 그 역할이다. 곽윤기 위원은 "이정민이 안쪽을 잘 팔 수 있는 이유는 과감하게 몸을 잘 눕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방향 전환을 큰 각도로 할 수 있다. 이정민은 정말 잘한다. 나는 '가짜 인코스 장인'이고, 이정민은 '진짜'다"라고 헸다. 이정민은 단신(1m67㎝)로 곽윤기(1m67㎝)와 체격도 비슷하다.
이정민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을 보고 쇼트트랙 선수가 됐다. 단거리를 잘 하는 선수였지만, 폭발적인 스피드에 비해 체격이 작아 어려움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선발전에서 4위에 오르며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다. 선발전 4, 5위는 단체전에만 나선다. 이정민은 "그동안 단거리에 집중한 탓에 5000m 계주를 뛰기가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체력 강화와 회복 방법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며 "내 추월 능력을 계주에 접목하면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나를 믿고 달린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이정민이 출전하는 남자 5000m 계주 결승은 21일 오전 5시 15분에 열린다. 대표팀은 2006년 토리노 올림픽 이후 20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정민은 "추월할 때 짜릿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 결승에서도 내 장점을 살려 선두권 자리를 꿰찬 뒤 다음 주자에게 잘 넘기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