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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핵협상서 '기본 원칙' 합의…"이란, 2주내 세부제안 제시"

중앙일보

2026.02.17 13:21 2026.02.1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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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17일(현지시간) 열린 핵 협상에서 최종 합의의 토대가 될 ‘기본 원칙’(guiding principles)을 마련했다. 사진은 이날 핵 협상에 참여한 미국 측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중동 특사(왼쪽)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AFP=연합뉴스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중동 지역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17일(현지시간) 열린 핵 협상에서 최종 합의의 토대가 될 ‘기본 원칙’(guiding principles)을 마련했다. 다만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세부 논의 사항 등 난관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로이터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주재 오만 대사관 관저에서 약 3시간 30분 동안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과 대(對)이란 제재 완화 문제를 논의했다. 협상에 참여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협상 후 이란 국영 방송 인터뷰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돼 진지하게 논의됐고, 결과적으로 우리는 몇 가지 기본 원칙에 대한 전반적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속한 합의 도출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협상 경로가 시작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미 “논의할 세부사항 여전히 많아”

이와 관련해 미 당국자는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논의할 세부 사항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기본 원칙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란은 핵 문제 관련 기술적 문제와 제재 완화에 중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이란이 무기화 전 단계인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제3국으로 이전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며 타협 의사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 맏사위 재러드 큐슈너 등 미국 측 대표와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 이란 측 대표 사이를 오가며 협상을 중재한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이날 X(옛 트위터) 글을 통해 “오늘 협상은 공동의 목표와 관련 기술적 쟁점 파악에 좋은 진전을 이루며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은 최종 합의에 대한 여러 기본 원칙을 정의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다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양측은 다음 회의 전까지 명확한 후속 조치를 남긴 채 자리를 떴다”고 덧붙였다.



후속 협상 일정은 미정

후속 협상 일정과 관련해 아라그치 장관은 “아직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각국에서 잠재적 합의문 초안을 마련하고 이를 서로 교환한 뒤에야 3차 협상 날짜가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미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앞으로 2주 내 협상 간극을 좁히기 위한 세부 제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회담은 지난 6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열린 미ㆍ이란 간 핵 협상 이후 11일 만에 열린 것이다. 특히 미국이 중동에 최근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전단을 전개한 데 이어 두 번째 항모 전단 파견을 준비하는 등 이란을 겨냥해 군사력을 집결시키고 이란은 맞불 차원에서 대규모 해상 훈련에 들어가는 등 역내 긴장감이 한껏 높아진 상황이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17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 이란 남부의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혁명수비대가 해상 군사 훈련을 실시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트럼프 “협상 실패의 결과 원치 않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전용기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ㆍ이란 간 협상에 자신이 간접적으로 관여할 것이라고 한 뒤 “매우 중요한 회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지난해 6월 이란과의 핵 협상이 실패하면서 미국이 B-2 폭격기를 동원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한 일을 들어 “이란이 좀 더 합리적이기 바란다. 그들이 협상 실패의 결과를 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위협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전날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실사격 훈련을 벌인 데 이어 이날 협상이 시작되자마자 미사일 발사가 포함된 군사 훈련을 벌이며 호르무즈 해협을 일정 시간 봉쇄한다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 선박의 약 20%가 통과하며 장기간 봉쇄될 경우 유가 급등 등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란 최고지도자 “이란 정부 파괴 못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핵 협상을 앞두고 한 연설에서 이란은 미국의 공격에 보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이란 정부를 파괴하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 대통령은 자국 군대가 세계 최강이라고 말하지만 세계 최강의 군대도 때로는 너무 세게 맞아 일어나지 못할 때가 있다”고 경고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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