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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류됐는데 수억원 불꽃쇼…전주 '마지막 노른자 땅' 무슨 일 [이슈추적]

중앙일보

2026.02.17 20:26 2026.02.1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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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전북 전주시 효자동 옛 대한방직 부지에서 열린 '전주 관광타워 복합개발사업 기공 기념 비전 페스타'에서 시행사인 ㈜자광 전은수 회장(가운데)이 김관영 전북지사(오른쪽)와 우범기 전주시장과 맞잡은 양손을 번쩍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 우범기 전주시장 페이스북 캡처]


세금·임대료 11억 체납…사업 시작 선언

전북 전주의 ‘마지막 노른자 땅’이라 불리는 효자동 옛 대한방직 부지에서 열린 기공식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세금·임대료 등 11억원을 체납해 부지가 압류된 상태에서 시공사도 선정하지 못한 시행사가 대규모 축제를 강행하면서다. 여기에 6·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재선을 노리는 현직 도지사와 전주시장이 참석한 것을 두고 정치적 해석이 분분하다.

18일 전주시에 따르면 부지 소유주이자 시행사인 ㈜자광은 지난 11일 전북도청 인근 옛 대한방직 부지(23만565㎡)에서 ‘전주 관광타워 복합개발사업 기공 기념 비전 페스타’를 열었다. 470m 높이 153층 타워와 15층 5성급 호텔(200실), 49층 주상복합아파트 10개 동(3536세대), 복합쇼핑몰 등을 짓는 6조원대 사업 시작을 알리는 행사다. 행사장엔 김관영 전북지사, 우범기 전주시장, 문승우 전북도의장, 남관우 전주시의장 등 지역 정치인과 시민 등 5000여명이 참석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전주갑 국회의원)은 영상 축사를 보냈다. 행사는 유명 가수 공연과 불꽃놀이 등으로 꾸며졌다.

이날 양옆에 김 지사와 우 시장 손을 맞잡고 무대에 선 ㈜자광 전은수 회장은 “지역과 상생하며 전주를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김 지사는 “여러 건설 회사들도 앞으로 우리가 신뢰·신속함을 가지고 일 처리를 해주겠다(고) 다시 한번 약속드리겠다”고 밝혔다. 우 시장은 “1000년 넘게 대장 노릇 했던 우리 몸속 DNA가 드디어 깨어나기 시작하는 날”이라며 “470m 높이 타워에서 서해 바다의 노을을 볼 수 있는 날을 꿈꾼다”고 했다.

전북 전주의 '마지막 노른자 땅'이라 불리는 효자동 옛 대한방직 터 모습. [사진 ㈜자광]


자광 “브랜드·기술력 갖춘 시공사와 협의”

그러나 정작 공사를 맡을 시공사는 아직 없다. ㈜자광 측은 “브랜드 가치와 기술력을 갖춘 시공사와 협의 중”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선정 시점과 착공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까지 시공사를 확정하고 분양에 나서겠다는 약속도 못 지켰다. 자금 사정도 녹록지 않다. ㈜자광은 지난해 6월부터 토지분 재산세 8억4300만원을 체납했다. 여기에 해당 부지를 가로지르는 전북도·전주시 소유 배수로(공유지 약 1만6000㎡) 임대차 계약 해지 후 무단 점유에 따른 사용료·변상금 2억5000만원까지 포함하면 총 11억원가량 밀렸다.

이에 전주시는 지난해 12월 옛 대한방직 부지 10필지를 압류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자광 측에 수차례 세금 납부를 독촉했지만 자금 융통이 쉽지 않은 것 같다”며 “다음 달까지 체납액을 납부하지 않으면 공매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자광 측은 “시공사만 선정되면 체납 문제도 정리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1일 '전주 관광타워 복합개발사업 기공 기념 비전 페스타'에서 펼쳐진 불꽃놀이. [사진 ㈜자광]


“선거운동” “사업 정상화 의지”

이 사업은 그동안 부지 매입 자금 등을 빌려준 대주단(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이 ㈜자광에 기한이익상실(EOD)을 수차례 통보하는 등 금융 리스크도 노출됐다. EOD(Events of default)는 이자 연체 등으로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만기일 전에 조기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롯데건설 등 유력 시공 후보로 거론됐던 건설사 일부는 “참여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열린 기공식에 대해 시민단체는 “사기업이 지역 주민을 모아 선거운동을 대신해 준 것”라고 비판했다. 전주시민회는 성명을 내고 “납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기업이 압류된 부지에서 수억원을 들여 불꽃놀이 행사를 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세금 징수 책임이 있는 단체장들이 참석해 사업을 독려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에 진상 조사와 징계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초청장이 공식적으로 왔고, 도지사와 전주시장 모두 장기간 지연된 지역 대형 사업이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참석한 것”이라며 “인허가 절차는 법적으로 진행해 왔고, 세금 체납 등은 별도로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될 문제”라고 했다.

전주시장 출마를 선언한 진보당 강성희 전 국회의원이 지난 10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사업자인 ㈜자광이 시공사 계약조차 맺지 않은 상태에서 11일 축제부터 연다"며 "화려한 행사로 시민을 현혹할 게 아니라 사업 실체부터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적 면죄부 부여” 지적도

한국갈등학회 회장인 하동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시공사 미선정, 세금 체납, 반복된 EOD로 사업 존립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단체장들이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것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시행사에 사실상 행정적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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