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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또 대통령 탄핵…헤리, 중국 사업가 유착 의혹으로 축출

중앙일보

2026.02.1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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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페루 리마 정부 청사에서 호세 헤리 임시 대통령(가운데)이 내각 구성원들과 걸어 나오면서 손짓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페루에서 또다시 국가수반이 축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페루 국회는 17일(현지시간) 임시 본회의를 열어 호세 헤리(39) 임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했다. 찬성 75표, 반대 24표, 기권 3표다. 페르난도 로스피글리오시 페루 국회의장은 “다수 의원이 헤리의 직무 태만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며 “의원들은 헤리에게 국가수반 역할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결정했다”고 전했다. 페루에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거치는 한국과 달리, 국회 의결만으로 대통령 탄핵이 확정된다.

지난해 10월 전임 대통령 탄핵 이후 취임한 헤리는 불과 4개월 만에 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오는 4월 12일로 예정된 대선과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다.
페루 국회는 18일 새 의장을 선출하고, 선출된 의장은 대선 승자가 취임하는 7월 28일까지 임시 대통령직을 맡게 된다. 페루에서는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사임할 경우 헌법상 승계 순서에 따라 국회의장 등이 대통령직을 임시로 맡는다.
헤리 전 대통령도 전임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파면된 뒤 해당 절차를 통해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17일 호세 헤리 임시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페루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페루 국회가 헤리의 탄핵을 추진한 결정적 이유로는 중국 사업가 양즈화와의 유착 의혹이 꼽힌다. 일간 엘코메르시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헤리는 국회의원으로 재임하고 있던 시기인 2024년부터 국가사업 등에 접근한 양즈화의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지 매체는 해당 의혹을 페루 내 중식당을 뜻하는 ‘치파’(Chifa)를 인용해 ‘치파게이트’(Chifa gate)로 보도하고 있다.

의혹은 페루 수도 리마의 한 중식당에 지난해 12월 26일 헤리가 후드티로 얼굴을 가린 채 양즈화를 만나러 들어가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며 급속히 확산됐다. 헤리는 지난달 6일에도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리마의 중국 상점에서 양즈화와 만났다. 두 차례 만남 모두 대통령 공식 활동 기록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헤리는 양즈화와 만난 사실은 인정했지만, 그에게 어떠한 편의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현지 TV 프로그램 '쿠아르토 포데르'가 불법 벌목 연루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또 다른 중국 사업가 지 우 샤오동이 헤리 재임 기간 동안 대통령궁을 세 차례 방문했다고 보도하자 여론은 급격히 기울었다.

페루는 정치권 내 부패가 끊이지 않아 최근 몇 년간 대통령의 중도 퇴임이 반복됐다. 지난 8년 동안 페루에서는 7명의 대통령이 등장했다. 로이터통신은 “잇따른 정권 교체는 페루 정치권이 범죄와 부패 같은 유권자들의 우려를 해결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CNN은 “헤리 전 대통령이 연루된 의혹은 미중 관계 균형을 둘러싼 긴장을 더욱 고조시켰다”고 평가했다. 페루는 최대 무역 파트너 중 하나인 중국과 이를 견제하는 미국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앞서 미 국무부 서반구국은 지난 11일 “중국이 페루에 투자한 주요 항구를 통해 현지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패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고 있다”며 반발했다.



전민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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