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18일 재선출됐다. 총리 권한인 국회 해산을 통해 지난 8일 중의원(하원) 선거를 치른 다카이치 총리는 압도적 의석을 기반으로 이날 열린 특별국회 중의원 본회의 총리 지명선거에서 압승해 제105대 총리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일본 첫 여성 총리 자리에 오른 지 넉달만의 일이다.
정권 장악력을 높인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초기 정권 멤버 그대로를 유임해 제2차 내각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전체 의석(465석)의 3분의 2 이상을 자민당 단독으로 거머쥔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참의원(상원) 선거에선 결선 투표를 치르기도 했다.
제2차 정권 출범과 함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다카이치 색깔’이 드러나는 정책 실현이다. 이번 선거 압승으로 일본유신회와 함께 예산위원회 등 전체 상임위원회 17개 위원장 자리를 거머쥐면서 거칠 것 없는 정권 운영이 가능해졌다.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도 중의원에서 재가결할 수 있는 만큼 다카이치 정권의 정책 집행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매머드급 여당(352석)을 내세운 다카이치 총리는 예산안 통과부터 시작해 방위력 강화와 안보 3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 정비계획) 연내 개정 등 안전보장 정책을 빠르게 밀어부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권이 고수해 온 ‘핵을 갖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 재검토는 물론, 자위대의 법적 존립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헌법 개정’도 공언해온 만큼 관련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야당이 차지했던 중의원 헌법심사위원장직을 되찾으면서 헌법 개정 논의 속도도 높일 예정이다. 교도통신은 “이번 국회에서는 먼저 개정원안을 작성하는 ‘조문초안(起草)위원회’ 설치를 목표로 한다”며 야당인 중도개혁연합이 헌법 개정에 대한 입장이 모호해, 야당의 대응이 논의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9일 회견에서도 “헌법 개정을 포함해 선거에서 내세운 과제를 힘차게 추진하겠다”며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이날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 정권이 무기수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타국과 공동 개발한 무기를 제3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그간 수출할 수 있는 무기 대상을 구조·수송·경계·감시·소핵(기뢰 제거)으로 한정해왔다. 일본판 CIA(중앙정보국)로 불리는 ‘국가정보국’ 창설과 스파이방지법 제정에도 나선다. 교도통신은 “스파이방지법 제정을 위해 올 여름 전문가 회의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정보 수집 활동이 활발해지면 시민에 대한 감시가 강화돼, 프라이버시 침해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만유사시 군사개입 시사 발언으로 중·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첫 대미 투자 계획도 내놨다. 미·일 관세협상의 일환으로 체결한 5500억 달러(약 797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첫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그간 중국이 장악한 산업용 인공다이아몬드 제조와 미국산 원유 수출 인프라, AI(인공지능)용 데이터센터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가스 화력 발전 프로젝트를 투자 대상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번 투자가 “일·미 상호 이익 촉진, 경제 안보 확보, 경제 성장 촉진 등 이번 (전략적 투자) 이니셔티브 의의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오는 3월 19일 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미·일 관세협상을 이끌어온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경제산업상은 지난 12일 미국을 방문해 대미 투자 협상을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