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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더러운물? 이탈리아에도 냉커피 있어요 [알베르토의 밀라노 코레아]

중앙일보

2026.02.18 01:58 2026.02.18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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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알베르토. 박린 기자

이탈리아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더러운 물”, “주문하면 맘마미아(세상에) 소리 듣고 쫓겨난다”는 말이 있다. 한국으로 치면 김치를 맹물에 씻어 먹는 느낌이랄까.

커피를 사랑하다 못해 주식처럼 여기며, 카페 라떼, 마키아토, 카푸치노를 발명한 이탈리아인들에게 ‘커피 부심’은 대단하다. 사실 과학적으로 뜨겁게 내린 커피에 얼음을 부으면 원두 맛과 풍미가 떨어지고 밍밍해진다.

다만 ‘더울 때도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건 이탈리아인밖에 없다’는 말은 오해다. 무더운 남부 도시 레체에는 여름에 먹는 ‘카페 레체세’가 있다. 얼음 잔에 에스프레소를 넣고 아몬드 시럽을 곁들여 시원하게 마신다. 한국 손님들에게 ‘아아’ 대신 내주면 반응이 좋다. 에스프레소 투샷과 시럽을 커팅한 얼음과 함께 셰이커에 넣고 10초간 흔들어 먹는 샤케라토도 있다.

난 이탈리아 휴게소에서 바리스타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손님이 주문하면 20초~30초 사이에 뚝딱 내곤 했다. 1분이 지나면 항의가 쏟아진다. 한국처럼 진동벨을 들고 자리에 앉아 기다리지 않는다. 바(Bar)에 서서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고 3번 꺾어 마신다. 바에는 신문, 담배, 술 등 없는 거 없이 다 판다. 커피 마시고 대화하며 일상을 나눈다. 나도 단골 바 사장님과 친해져 따로 여행을 간 적도 있다.

커피 따르는 모습의 자료사진. AFP=연합뉴스
아침엔 우유를 넣은 카푸치노와 코르네또(빵), 점심 식사 후 에스프레소 한잔, 저녁에 술을 섞은 카페 코레또를 마신다. 이탈리아에서 오후에 카푸치노를 주문하는 건 독일 사람밖에 없다. 김치 종류처럼 알 카포네, 마키아토 프레도 등 커피 종류도 끝이 없다. 에스프레스를 베이스로 수많은 변주가 이뤄진다.

원래 커피는 원래 상류 계급의 사교 문화였다. 1933년 증기압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주전자 모양의 ‘모카 포트’가 발명됐다. 한국 밥솥의 밥 내음처럼, 이탈리아 아침에는 ‘고향의 커피 향’이 퍼진다. 한국인이 가족과 누룽지를 나눠 먹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 할머니도 필터만 바꿔가며 70년째 모카 포트를 쓰고 있다. 한국 솥단지처럼 오래 쓸수록 세월의 맛이 더해져서다. 안젤로 모리온도가 에스프레소 기계를 발명하고, 주페세 드롱기가 대중화시켰는데, 나도 16세 때부터 커피에 입문했다.

나폴리에 가면 지금도 ‘카페 소스페소’라는 문화가 남아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돈이 없어 커피조차 못 마시는 사람을 위해 2잔을 선결제한 뒤, 한잔은 마시고 한잔은 걸어두는 관습이다. 배낭여행하는 대학생도 쪽지가 붙어있으면 무료로 마실 수 있다. 아무리 가난해도 이탈리아인은 커피를 마셔야 한다. 그 어떤 커피 향보다 진하고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지 않나



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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