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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한국인재 환영”…빅테크들, 우리 인재를 노린다

중앙일보

2026.02.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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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SNS에 공유한 테슬라코리아의 반도체 분야 채용 공고. [사진 X 캡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반도체 인재들을 향해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억대 연봉을 앞세워 한국의 핵심 인력들을 흡수하는 가운데 머스크까지 가세한 것이다.

머스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테슬라코리아의 ‘인공지능(AI) 칩 디자인 엔지니어’ 채용 공고를 직접 공유했다. 게시글에는 태극기 이모티콘 16개를 나열하면서 “한국에서 반도체 설계·제조 또는 AI 소프트웨어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면 테슬라에 합류하라”고 적었다. 특정 국가를 콕 집어 채용을 독려한 건 머스크로서도 극히 드문 행보다.

이 같은 메시지는 머스크가 구상 중인 ‘테라팹(Terra Fab)’ 전략과 닿아 있다. 테라팹은 파운드리(위탁생산)와 메모리 양산, 첨단 패키징 설비까지 수직계열화한 일종의 ‘종합 반도체 제조기지’로 추측된다. 머스크는 지난해 11월 주주총회에 이어 최근 실적발표에서도 “삼성전자·TSMC·마이크론 등과의 협력을 감안해도 미래 생산 물량을 충족하기 어렵다. 3~4년 내 닥칠 공급제약을 해소하려면 테라팹 건설은 필연적”이라며 반도체 생산 의지를 밝혔다.

전기차를 넘어 로봇과 완전자율주행(FSD·Full-Self-Driving)을 성장엔진으로 삼은 테슬라에게 AI 반도체의 안정적 확보는 생존과 직결된다. 머스크도 “AI 칩이 없으면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는 ‘오즈의 마법사’ 속 깡통 로봇처럼 텅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가 ‘반도체 자급자족’ 시나리오를 현실로 옮기기 위해 가장 먼저 눈독들인 게 한국인 인력인 셈”이라고 봤다.

이미 해외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은 한국인 엔지니어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업계에선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양산 경험과 함께 파운드리, 팹리스(설계)를 아우르는 실전형 인재 풀이 두텁다는 점에 주목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선도하다 보니 ‘한국인 엔지니어=고급 인력’이라는 공식이 굳어졌다”며 “요즘은 설계 부문이 아니어도 두 회사 재직 이력만 있으면 일단 영입제안이 온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현재 8년 차 이상 HBM 엔지니어에게 최대 25만8800달러(약 3억7500만원)의 연봉과 주식 보상을 제시하며 인재 확보에 나섰다. 브로드컴(최대 14만6000달러)과 마이크론(최대 11만6000달러) 역시 수억원 대 몸값을 내걸고 HBM 전문가들을 공략 중이다. 지난달에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등 주요 대학 게시판에는 영문으로 엔비디아 채용 공고가 게재됐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12월 서울대·고려대·한양대 등 주요 대학을 찾아 현장에서 곧바로 채용을 결정하기도 했다.

반도체 인재 몸값은 갈수록 오를 전망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인력 수요는 2031년 30만4000명까지 치솟지만, 신규 유입은 연간 5000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대로라면 2031년에는 국내에서만 5만4000명의 인력 공백이 불가피한 셈이다. 유회준 카이스트 AI반도체대학원장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과감한 처우와 탄탄한 연구 환경을 갖추지 못하면, 국가적 자산인 인재 유출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수민.이영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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