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푸드 열풍의 중심에는 ‘불닭’이라는 우리의 고유한 브랜드가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브랜드는 국내에서 ‘사전적 의미의 일반 명칭’이라는 이유로 상표권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특허심판원에서 상표 심판 실무를 총괄했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상표법의 본질인 ‘식별력’을 단순히 언어학적 잣대로만 재단한 결과가 아니었는지 되짚어 보고 싶다.
상표법에서 식별력을 판단할 때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 매몰되는 것이다. ‘불타는 듯 매운 닭요리’라는 사전적 설명만 본다면 식별력이 약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상표 식별력 판단의 본질은 언어학적 분석이 아니라 ‘소비자 인식의 이해’에 있다.
상표심사나 상표심판 실무에서 식별력을 평가할 때는 해당 단어가 시장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 소비자들이 해당 단어를 들었을 때 특정 출처(기업)를 떠올리는지를 최우선적으로 본다. 상표의 식별력 판단은 사전이나 법전 속에 박제된 언어의 기계적 분석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어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분석에 기초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상표법은 설령 처음에는 식별력이 다소 부족한 단어였을지라도, 장기간의 사용과 막대한 투자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특정인의 상품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경우 상표권을 인정한다. 이를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이라 한다. ‘불닭’은 바로 이 요건을 가장 잘 만족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간 축적된 사용 실적, 압도적인 인지도, 그리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소비자들이 ‘불닭’을 특정 회사의 제품으로 명확하게 인식하는 출처 표시 역할은 상표심사와 상표심판 실무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식별력 평가의 기준이다. 단순히 유행하는 요리 이름을 넘어서, 전 세계인이 하나의 ‘브랜드적 언어’로 공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법은 그 형성된 가치를 보호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K-푸드가 글로벌 산업으로 안착한 지금, 우리가 우리 브랜드를 ‘일반 명사’라는 틀에 가둬 보호하지 않는다면 해외에서의 IP(지식재산권) 침해에 대응할 명분마저 잃게 되지 않을까 두렵다. ‘불닭’이 쌓아온 신뢰의 기록들을 언어학적 관습이 아닌 시장의 실질적 가치로 평가하는 전향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상표는 기업의 얼굴이자 소비자와의 약속이다. 시장이 이미 상표라고 부르고 있는 것을 법이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번 재심사가 K-푸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IP 방패’를 세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