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3위 한국은 18일 이탈리아 코르티나 컬링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라운드로빈 8차전에서 스웨덴(4위)에 8대3으로 앞서던 7엔드 종료 직후, 상대의 기권 의사가 담긴 악수를 받아냈다.
스웨덴은 올림픽 여자컬링 역대 최다 우승(2006, 2010, 2018년) 기록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빙판의 강자다. 2018 평창 올림픽 당시 ‘팀 킴(강릉시청)’에 결승전 패배를 안겼던 숙적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에서도 파죽의 6연승을 달리며 가장 먼저 4강행을 확정지은 상태였다.
하지만 한국의 집중력이 스웨덴의 기세를 압도했다. 1엔드부터 스킵 김은지가 우리 스톤을 때려 상대 스톤을 밖으로 밀어내는 고난도 런백 샷으로 3점을 선취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2엔드 1점 스틸에 이어, 3엔드에는 ‘도파민지’라 불리는 김민지가 절묘한 샷으로 스톤을 일자로 세우는 묘기를 선보였다. 당황한 스웨덴 스킵 안나 하셀보리의 샷이 가드에 걸리며 한국은 다시 2점을 가져왔다.
이어 4엔드, 김은지가 상대 스톤을 모두 밀어내는 활약으로 8대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중계석의 김은정·김영미 해설위원(JTBC)은 “신기할 정도로 말하는 대로 최선의 결과를 만든다”며 감탄했다. 반면에 스웨덴은 무리한 갬블 위주의 경기를 펼치다 호그라인을 넘기지 못하는 실책까지 범하며 무너졌다.
김은지(스킵)·김민지(서드)·김수지(세컨드)·설예은(리드)·설예지(얼터)로 구성된 경기도청 ‘팀 김’은 멤버들의 이름과 별명이 모두 ‘지’로 끝나 ‘5G’라 불린다. 스킵 김은지는 야구의 9회 투아웃 만루 상황에 등판한 마무리 투수와 같은 중압감을 견뎌내며 하셀보리의 불같은 공격을 차갑게 식혀버렸다. 12년 전 2014 소치 올림픽 당시 20대 막내였던 김은지는 이제 30대 맏언니이자 리더로 팀을 이끌고 있다.
대회 초반 몇 차례 실수로 인해 일부 팬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김은지는 실력으로 자신이 왜 3년 연속 국가대표 스킵인지를 증명했다. 경기도청 소속인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아침 8㎞ 러닝을 거르지 않아 ‘의정부 고라니’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성실함의 대명사다. 그는 “12년 만에 다시 잡은 올림픽 기회라 세상의 모든 운을 모으고 싶어 가족들에게 로또도 사지 말라는 로또 금지령을 내렸다”며 간절함을 드러냈다.
팬들은 팀 내에서 ‘마미(엄마)’로 통하는 그의 리더십에 열광한다. 투구의 중압감을 홀로 짊어지면서도 동생들에게 “걱정 마, 내가 뒤에 있잖아”라고 다독이는 모습은 팀 구호인 “해브 펀(Have Fun)”을 완성하는 핵심 동력이다.
이번 승리로 5승3패를 기록한 한국은 공동 3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19일 오후 10시5분(한국시간) 열리는 캐나다와의 최종전이 사실상 4강행을 가를 ‘멸망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를 꺾으면 6승3패로 자력 진출이 가능하지만, 패해 캐나다와 동률이 될 경우 승자승 원칙에 따라 탈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일본 매체 닛칸스포츠 등은 지난 15일 한일전 이후 “미모와 실력을 모두 갖춘 케이팝 그룹 같은 팀”이라며 한국 여자컬링 팀을 보도했다. 온라인에서 일본 팬들이 “한국 컬링팀 선수들이 화장품은 뭘 쓰느냐”는 질문을 할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