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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덮친 ‘6주택 vs 재건축’

중앙일보

2026.02.1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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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 맞는 설 연휴, 정치권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부동산 논쟁으로 뜨거웠다. 영화 관람을 제외하곤 외부 일정을 잡지 않은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을 겨냥한 부동산 메시지를 이틀에 한 번꼴로 내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이 대통령 소유 경기 분당 아파트를 고리로 맞불을 놓았다.

공세에 나선 건 이 대통령이었다. 이 대통령은 16일 X(옛 트위터)에 “국민의힘은 작은 땅덩이에 수도권 집중까지 겹쳐 부동산 투기 요인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소수의 투자투기용 다주택 보유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걸까”라며 “국민의힘은 다주택자를 규제하면 안 되고, 기존의 금융 세제 등 특혜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시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분당 아파트와 장 대표의 주택 6채 보유를 다룬 언론 보도를 첨부했다.

박경민 기자
그러자 장 대표도 즉각 페이스북에 집 6채 중 농가 주택엔 95세 노모가 실거주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며 “대통령이 X에 올린 글 때문에 노모의 걱정이 크다. 새해 벽두부터 불효자는 운다”고 적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장 대표의 6채를 다 합쳐도 실거래가는 8억5000만원 정도다. 장 대표는 17일엔 “정작 대통령은 퇴임 후 50억원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분당 재건축 로또를 갖고 계시지 않으냐”고 역공을 폈다. 이 대통령이 1998년에 구입한 경기도 분당 소재 아파트가 2024년 11월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에 포함된 걸 겨냥한 것이다.

그러자 양당에선 이 대통령의 ‘분당 재건축 아파트’와 장 대표의 ‘6주택 보유’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민주당에선 “아무리 집 6채를 보유하고 싶더라도 노모의 생사까지 운운하면 진짜 불효자식”(박지원 의원), “그 분노가 국민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주택 6채’를 지키기 위한 것인가”(채현일 의원)라고 공세를 취했다. 국민의힘도 물러서지 않고 “집 팔라고 국민은 협박하면서, 똘똘한 한 채 안 내놓는 대통령이야말로 진짜 사회악 아닌가”(윤희숙 전 의원)라고 했다.



장동혁 콕 찍은 대통령 “다주택자 특혜, 유지해야 하나”

이 대통령은 18일 새벽에는 X를 통해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법과 제도를 벗어나지 않는 다주택 보유 자체를 사회악이라 비난할 수는 없다”며 “굳이 사회악을 지목해 비난해야 한다면, 그 비난은 다주택자들이 아니라 나쁜 제도를 만들어 시행한 정치인들이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야권을 공격함과 동시에 부동산 시장 개혁 의지를 거듭 강조하자 여권에서는 “한국 경제의 고질적 문제를 풀고자 하는 대통령의 진정성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정국 주도권을 끌어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관련 X 게시글을 지난 13일 2건, 14일 2건, 16일 1건, 18일 1건 올리며 연휴 내내 이슈를 주도했다.

여론도 호의적이다. SBS·입소스 조사(12~14일)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잘하고 있다’ 52%, ‘잘못하고 있다’ 39%였다. MBC·코리아리서치 조사(11~13일)에선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앞으로 주택 가격 안정이나 주거 부담 완화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효과가 있을 것’ 52%, ‘효과가 없을 것’ 44%였다. KBS·케이스탯리서치 조사(10~12일)에서도 “1·29 대책이 부동산 시장 안정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효과가 있을 것’ 51%, ‘효과가 없을 것’ 41%였다(무선전화면접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부동산 메시지가 일종의 ‘이슈 덮기’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자신의 어머니가 “아들아, 지금 우리 노인정은 관세허구 쿠팡인가 호빵인가 그게 젤 핫허다. 날 풀리면 서울에 50억원짜리 아파트 구경가기루 혔응께 그리 알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수영 의원도 “코스피 지수 외에 모든 경제지표에 경고등이 켜졌는데, 대통령은 연일 부동산 트윗만 올리며 시선 분산에 열을 올린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장 대표 저격이 오히려 당내 분란에 휩싸인 장 대표의 입지를 역으로 강화시켜 주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부동산 가격 동향이 6·3 지방선거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귀동 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은 “청와대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 이슈가 향후 남아 있는 유일한 리스크”며 “정치적 변곡점마다 특유의 돌파력을 발휘해 온 이 대통령이 1·29 공급 대책 이후 본인이 직접 키를 쥐고 부동산 승부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류효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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