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키 여제 미케일라 시프린(31)이 마침내 8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 전 베이징에서 지키지 못한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약속도 지켰다.
시프린은 18일(한국 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의 토파네 알파인스키 센터에서 열린 대회 알파인스키 여자 회전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39초10을 기록했다. 95명의 선수 중 가장 빠른 기록을 작성해 금메달을 따냈다. 은메달은 카미유 라스트(스위스·1분40초60), 동메달은 안나 스벤라르손(스웨덴·1분40초81)이 차지했다.
시프린은 올 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월드컵 여자 회전에서 무려 7번이나 우승했다. 다만 이번 대회 여자 팀 복합 경기에서는 크게 부진했다. 팀 복합은 활강과 회전 종목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미국은 활강에 나선 브리지 존슨(미국)이 1위(1분36초59)를 기록했으나, 회전에 나선 시프린이 45초38로 전체 15위에 그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러나 개인전에선 다른 모습을 보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프린은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만 18세 345일의 나이로 회전 부문 금메달을 획득해 역대 최연소 알파인 스키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이후 2018년 평창 대회 대회전 금메달, 복합 은메달을 따냈다. 2022 베이징 대회에선 입상에 실패했지만 이번 금메달로 8년 만에 다시 시상대에 섰다.
시프린은 경기 후 "남들보다 빠른 기록을 내본 것은 예전에도 해본 적 있다. 하지만 이런 순간, 이런 날에 다시 해낸다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최고의 스키를 탔을 때는 매번 놀랍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경기를 펼치는 것은) 굉장히 즐겁지만 동시에 스트레스도 매우 크다. 오늘은 오로지 스키 자체를 잘 타기 위해 나섰다. 두 번의 시기 모두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메달보다도 내 자리에 제대로 서서 경기를 온전히 치르는 것을 가장 원했다. 그런데 메달까지 손에 넣었다. 정말 믿기 힘든 일"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시프린은 4년 전 부친 제프 시프린을 위해 메달을 따내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아버지는 2020년 미국 콜로라도 자택에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의사 출신인 그는 딸을 위해 효과적인 운동 및 컨디션 조절 방법을 연구했고, 딸의 심리 상담사를 자처한 최고의 후원자였다. 시프린은 아버지의 별세 직후 시즌을 중단할 정도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슬럼프도 겪었다.
약혼자인 스키 선수 알렉산데르 아모트 킬데(34·노르웨이)의 도움으로 이겨냈으나, 베이징 올림픽에선 연거푸 실격을 당하며 끝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2026년, 마침내 정상의 자리에 다시 올랐다. 시프린은 "여전히 아버지 없는 삶을 거부하고 싶을 때가 많지만, 오늘만큼은 처음으로 이 현실을 실제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