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로 각광받는 소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이태우 교수 연구팀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의 나노 결정을 대량으로 합성할 수 있는 ‘저온 주입’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의 이번 성과는 18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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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디스플레이’ 페르보스카이트란
페로브스카이트는 TV·스마트폰 등 주요 영상 기기의 소재가 돼온 기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나 QLED(무기양자점 발광다이오드)보다 색 순도가 높고 발광 성능이 우수하다. 실제 눈으로 보는 것 같은 생생한 화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색 영역 표준인 ‘Rec. 2020’(2012년에 만들어진 초고화질 영상용 색 영역 표준)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페로브스카이트는 현존하는 소재 중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재다. 이에 고화질 TV는 물론, VR·AR 구현을 위한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상용화를 위해 까다로운 합성 공정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주류 방식이던 '핫 인젝션' 공정은 150도 이상 고온 용액을 사용해야 해 화재 위험이 있었고, 합성 과정에서 산소와 수분을 차단하기 위한 특수 설비가 필요했다. 상온에서 합성하는 방식도 있지만, 대량 생산 시 결정이 불균일하게 형성되고 생산성이 낮다는 게 단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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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생산도 가능해진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섭씨 0도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합성하는 ‘저온 주입’ 합성법을 개발했다. 페로브스카이트를 대량 생산할 때 발생하는 불균일한 결정, 품질 저하 등의 문제들이 급격한 합성 속도에서 기인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리고 ‘유사 유화(emulsion)’ 상태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 상태를 통과해 페로브스카이트가 합성되면 결정이 천천히 합성돼, 균일한 나노 결정을 얻을 수 있었다.
「용어사전>유사 유화
유화란 마요네즈처럼 서로 섞이지 않는 두 액체가 작은 방울 형태로 다른 액체 속에 골고루 퍼져있는 상태. 유사 유화란 이와 반대로 서로 잘 섞이는 액체들을 사용함에도 그 안에서 고체 알갱이들이 방울처럼 떠있는 상태를 말한다.
」
저온 주입 합성법을 적용한 결과, 연구팀은 별도 특수 설비 없이 대기 중에서 발광 효율 100%의 고품질 페로브스카이트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실 수준의 소량 합성을 넘어, 20L급 대형 반응기에서도 품질 저하 없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태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산업적 활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페로브스카이트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이 소재를 활용한 고효율·고안정성 발광 소자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