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이색 직업을 가진 메달리스트들이 눈길을 끈다. 메달을 획득한 이들 중엔 전업 운동 선수가 많다. 하지만 일부 선수는 운동과 일을 병행하면서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어 주목 받는다.
남자 알파인 스키 수퍼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라이언 코크런-시글(미국)은 운동과 일, '투잡'을 뛰는 대표적인 선수다. 코크런-시글은 2022년 베이징 대회에 이어 2연속 올림픽 은메달을 거머쥔 스타 선수다. 하지만 비시즌 그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ESPN에 따르면 코크런-시글은 평소 메이플시럽 영업사원으로 활동한다. 그의 가족과 친지는 미국 버몬트주 리치몬드에서 메이플시럽 생산과 판매업에 종사 중이다. 1961년부터 대대로 이어진 코크런가의 가업이다. 상호는 '슬로프사이드 시럽'.
코크런-시글은 18세 때부터 사촌이 운영하는 메이플시럽 농장과 상점을 오가며 근무했다. 시즌 중 훈련과 대회 출전으로 고향을 떠나 지내는 그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다. 코크런-시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메이플시럽 제품을 홍보하는 사진과 글을 심심치 않게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은메달을 따낸 뒤 "메이플시럽을 먹고 힘을 냈다"고 농담 섞인 입상 비결을 밝혔다.
스키를 타게 된 건 어머니 바바라 코크런 영향이다. 두 살 때 스키에 입문했다. 바바라는 1972년 삿포로올림픽 알파인 스키 슬라럼에서 금메달을 따낸 미국 스키 레전드다. 워싱턴포스트는 코크런-시글의 메달 소식을 전하며 "(메이플)시럽처럼 달콤한 해피엔딩"이라며 직업에 빗대 표현했다.
컬링 혼성 2인조 믹스더블에서 은메달을 합작한 미국의 코리 티스의 '부캐(부캐릭터)'는 환경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정규직 연구원이다. 하수에 섞인 수은 농도를 측정해 연구하는 게 주 업무다. 컬링이 인기 프로스포츠처럼 고액 연봉을 받는 스포츠가 아니라서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했다. 티스의 파트너 코리 드랍킨은 부동산 중개사다.
컬링 대회가 열리지 않을 때는 미네소타주 북부와 위스콘신주 일대 부동산 중개업을 책임진다. 여자 알파인 스키 단체 복합 동메달리스트 폴라 몰츠잔(미국)은 여름이면 급류 레프팅 교관으로 변신한다. 남편 루니의 가업이다. 몰츠잔은 여름철 교관으로 근무하며 산과 계곡에서 체력을 단련한다. ESPN은 "운동 선수들은 올림픽 경기장 밖에선 범상치 않은 직업을 가졌다"고 이들을 소개했다.
이번 올림픽 1호 금메달리스트와 첫 3관왕 타이틀을 가져간 스위스 알파인 스키의 프란요 폰 알멘도 평소 다른 일을 한다. 폰 알멘은 활강, 팀 복합, 수퍼 대회전을 모두 휩쓸며 대회 첫 3관왕에 등극하는 기쁨을 맛봤다. 폰 알멘은 17세에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후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마련해 선수 생활을 이어가면서 스위스 대표로 선발됐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다른 동료와 달리 명문 스키 트레이닝 스쿨을 거치지 않은 폰 알멘은 4년간 목수 견습 과정을 밟고 여름에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선수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올림픽 3관왕의 영예를 따내는 기적을 연출했다.
아직 메달을 따내지 못했지만, 특별한 직업으로 관심을 끈 선수도 있다. 55세의 나이에 미국 남자 컬링 대표로 출전한 리치 루호넨이다. 변호사다. 루호넨의 올림픽 출전 스토리는 짠하다. 첫 도전 이래로 38년 만에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1971년생인 그는 이번 대회 미국 대표팀 최고령이다. 루호넨은 컬링 훈련과 함께 개인 상해 전문 변호사일을 병행하고 있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미네소타 올해의 변호사'로 6번이나 선정. 그는 "일주일에 세 번은 새벽 5시에 일어나 48㎞를 운전해 훈련장에서 훈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