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사건을 맡은 형사25부 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52·사법연수원 31기)는 내란 재판 진행 중 여과 없는 발언으로 주목받았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엘리트’로 평가받는다. 2024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내란죄 사건 심리를 맡아 주 3~4회 재판을 진행해온 재판부는 19일 오후 3시 약 1년 2개월간 심리한 결론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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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재판연구관 지내…유아인·박지원 선고
서울 출신인 지 부장판사는 서울 개포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5년 인천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해 광주지법 장흥지원, 수원지법 등을 거쳤다. 2015년과 2020년 법원 내 주요 보직으로 꼽히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두 차례에 걸쳐 6년간 지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재판장을 맡은 건 2023년 2월부터다. 만 3년 근무 후 법관 정기인사 대상이 되면서 이달 23일 서울북부지법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지 부장판사는 내란 재판 전후로도 사회적 파장이 큰 형사 사건을 맡아 심리했다. 2024년 9월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에게 징역 1년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2024년 2월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기소된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3월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 결정을 내려 여권의 공격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내란 수사권이 있는지 법률적 다툼이 있다는 이유로 구속취소를 결정했다. 같은 해 4월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지 부장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을 제기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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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섞인 재판 진행 주목…“형이 세다” 평가도
내란 재판에서 주목받은 것 중 하나는 거침없는 지 부장판사의 재판 진행 방식이다. 약 1년 2개월간의 재판 동안 농담 섞인 발언을 하면서 엄숙한 형사 법정의 틀을 깬 유연한 재판 진행이라는 평가와 ‘예능 재판’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9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결심공판에서 나온 “프로는 징징대지 않는다”는 발언이다. 당시 김 전 장관 측 이하상 변호사가 인쇄물을 준비해오지 않았다며 “기다려달라”고 하면서 특검 측과 재판 진행 여부를 두고 고성이 오갔다. 이에 지 부장판사는 “준비가 안 됐으면 정중하게 양해를 구한다고 하셔야 한다”며 이 변호사를 향해 이같이 말했다.
재판 도중 변호인단 측이 항의하면 “죄송하다. 재판 진행을 잘 못한 제 잘못”이라며 서슴없이 사과하기도 했다. 변호인 측 주장을 적극 수용해온 그가 검사 발언을 막는 이 변호사를 향해 “남의 말 막으시는 분들이 무슨 민주주의 자유주의를 얘기하나”라고 꾸짖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이 “증인 규모를 생각하면 한 3년 재판해야 한다”고 하자 “나중에 기고 좀 해주십시오 언론에. 3년 해야 할 재판을 1년(만에) 했는데”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에서 법리적으로도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법관 중 하나로, 외향적인 성격으로 법원 내 인망도 두텁다”며 “정치적인 편향은 알려진 바 없지만 일단 유죄로 판단하면 선고형이 무겁다는 평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