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다시 올림픽 정상에 섰다. 위기를 견뎌낸 집중력과 마지막 한 바퀴의 폭발력이 더해지며 8년 만에 계주 금메달을 되찾았다.
최민정·김길리·노도희·심석희로 구성된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 4분04초014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탈리아(4분04초107)와 캐나다(4분04초314)를 따돌린 한국은 2018 평창 이후 다시 계주 왕좌를 탈환했다.
레이스는 순탄하지 않았다. 초반부터 선두 경쟁이 치열하게 이어졌고, 한국은 무리한 선두 싸움 대신 2~3위권을 유지하며 기회를 엿봤다. 결승선 20여 바퀴를 남긴 구간에서는 캐나다와 네덜란드에 밀리며 순위가 흔들리기도 했다. 가장 큰 고비는 15~16바퀴를 남긴 시점이었다. 네덜란드 선수가 넘어지는 과정에서 최민정이 충돌 위기를 맞았지만 중심을 잃지 않으며 레이스를 이어갔다. 순간적으로 선두권과 거리가 벌어졌지만 한국 선수들은 침착하게 추격을 시작했다.
중반 이후 한국 특유의 조직력이 살아났다. 김길리와 노도희, 심석희가 차례로 스퍼트를 올리며 격차를 좁혔고, 종료 4바퀴를 남긴 시점 최민정이 캐나다를 제치며 2위로 올라섰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김길리가 승부를 갈랐다. 2바퀴를 남기고 인코스를 파고들어 이탈리아의 아리안나 폰타나를 추월했고, 끝까지 선두를 지켜내며 금빛 질주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금메달은 한국 쇼트트랙의 전통을 다시 확인시킨 순간이었다. 한국은 릴레함메르(1994)를 시작으로 나가노·솔트레이크시티·토리노에서 올림픽 4연패를 달성했던 종목에서 다시 정상에 올랐다. 2022 베이징에서 은메달에 머물렀던 아쉬움을 씻어내며 세계 최강의 면모를 되찾았다.
대표팀의 중심 최민정은 개인 통산 여섯 번째 올림픽 메달을 추가했다.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로 전이경과 함께 한국 동계올림픽 최다 금메달 타이를 기록했고, 진종오·김수녕·이승훈이 보유한 한국인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 잡은 김길리는 여자 1000m 동메달에 이어 계주 금메달까지 더하며 멀티 메달리스트로 도약했다. 준결승에서 활약한 이소연 역시 금메달리스트로 함께 시상대에 올랐다.
이번 금메달은 한국 선수단 전체에도 의미가 크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최가온에 이어 두 번째 금메달이자 이번 대회 쇼트트랙 종목 첫 금메달이다. 한국은 앞서 은메달과 동메달 위주로 성적을 쌓아왔지만, 여자 계주 우승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끌어올렸다.
한국 쇼트트랙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표팀은 21일 새벽 여자 1500m와 남자 5000m 계주 결승 등 남은 일정에서 추가 메달에 도전한다. 막혔던 금맥을 다시 연 여자 계주가 남은 레이스에도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