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제네바 핵 협상이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하고 끝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사 행동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엔 미국이 지난해 6월 ‘미드나잇해머’ 같은 정밀 타격이 아닌 전면전을 벌일 거란 전망이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을 비롯한 참모들과 이란 문제 관련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지난 17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 주재 오만 대사관 관저에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과 벌인 협상 결과를 보고했다.
당초 협상은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달랐다. 한 미 정부 관계자는 악시오스에 “아무 실속이 없는 회의”라고 혹평했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미국의 우려를 해소할 뚜렷한 조치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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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확률 90%…트럼프 결정만 남아
이에 텔레그래프 등은 백악관이 며칠 내 이란과 전쟁을 벌일 확률이 90%라고 전하고 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만 남은 상황이다. CNN은 “미군이 중동 지역에 공군 및 해군 자산을 대대적으로 증강한 끝에 이번 주말까지 공격 준비를 완료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작전 실행을 고민 중”이라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도 “모든 징후는 협상이 실패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길 것을 시사한다”며 “전투 개시 시점은 며칠 내 지중해 동부 해안에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이 도착한 직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서양에서 작전 중이던 포드 항모전단은 현재 지브롤터 해협을 지나 지중해를 통해 중동 지역으로 이동 중이다.
이번 군사작전은 지난달 3일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압송이나 지난해 6월 포르도 등 이란 핵시설을 공습한 ‘미드나잇해머’ 작전과 같은 단기 정밀 타격 형태가 아닌, 전면전이 될 확률이 높다. 악시오스는 “전쟁은 수 주간에 걸친 대규모 작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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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2003년 이라크전 이후 최대 규모 결집
이는 미국이 작전에 투입하기 위해 이란 일대에 집결시키고 있는 전력의 규모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공군 자산을 중동에 집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아라비아해엔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이 대기 중이다. 포드 항모 전단까지 합류하면 중동 일대에 2개의 항모전단이 배치된다. 이스라엘 와이넷 등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미국은 F-22·F-35 스텔스기, F-16 등 전투기 50여 대를 중동 지역으로 급파했다. E-3 센트리(AWACS) 조기경보통제기와 U-2 드래곤 레이디 정찰기, 공중급유기 등도 이란 주위로 이동 중이다.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하기 위한 사전 준비 단계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B-2 스텔스 폭격기나 B-52 전략폭격기가 대규모 공습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 것이란 분석이다.
이스라엘도 미국이 자신들과 합동 작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며칠 내로 전쟁이 벌어질 것을 염두에 둔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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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체제 돌입한 이란…호르무즈 막나
이란 역시 미국과의 일전을 준비 중이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미국 군함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 군함을 바다 밑으로 가라앉힐 수 있는 무기”라며 항전 의지를 밝혔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지휘부가 와해할 경우 일선 부대가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방어 전략을 부활시켰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에는 IRGC 해군이 전진 배치됐다. 17일엔 IRGC가 훈련을 이유로 이 일대를 일정 시간 봉쇄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군사 행동 등 만일의 사태가 벌어졌을 시 ‘에너지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막아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위협이다. 러시아 군함도 이란과의 합동 훈련을 위해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항에 입항했다.
핵 시설 방어 태세도 강화됐다. 미 싱크탱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위성사진을 분석해 이란이 최근 수도 테헤란 외곽 파르친 군사기지의 ‘탈레간2’ 시설을 재건하고 외부 침입에 대비한 요새화 작업을 진행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6월 미국이 폭격한 이스파한 핵 시설과 나탄즈 인근 ‘곡괭이 산’ 지하 터널 입구도 콘크리트와 암석 등으로 보강하고 있다. ISIS는 “터널 입구 매립은 미군의 공습 충격을 완화하고 고농축 우라늄을 압수하기 위한 미 특수부대의 접근도 어렵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