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법원에서 남색 정장을 입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증인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그는 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중독 유해성을 따지는 재판에 직접 출석해 증언했다. AP·AFP 통신에 따르면 이번 재판은 20세 여성 케일리(가명)가 제기한 소송으로,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한 수천 건의 유사 소송 가운데 향방을 가를 ‘선도 재판(Bellwether)’으로 주목받고 있다.
케일리는 9~10세 무렵부터 인스타그램을 사용했고, 이후 10년 넘게 SNS에 중독돼 불안과 우울, 신체 왜곡 등의 증상을 겪었다고 주장한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메타와 구글 유튜브가 청소년을 플랫폼에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 알고리즘과 기능을 의도적으로 설계했는지다.
원고 측은 메타가 2015~2022년 내부적으로 청소년 이용자의 ‘체류 시간(time spent)’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2015년 내부 이메일에는 인스타그램 이용 시간을 10% 늘리겠다는 계획이 담겼다고 한다. 원고 측 마크 레니어 변호사는 “이용자가 중독되는 것이 이윤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는 우연이 아니라 설계된 것”이라고 배심원단에 강조했다.
저커버그는 이에 대해 “장기적인 ‘유용성’과 ‘가치’에 초점을 둔다”며 체류 시간 증대가 더 이상 핵심 지표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젊은 이용자 안전 문제를 합리적으로 다뤘다고 생각한다”라고도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번 재판에서는 메타가 강조해온 ‘부모 통제’ 기능의 실효성도 쟁점이 됐다. 메타와 시카고대 연구진이 청소년 1000명과 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한 ‘프로젝트 MYST(메타와 청소년 사회정서 동향)’ 보고서에는 부모나 가정환경 요인이 청소년의 SNS 집착 수준과 거의 관련이 없다는 결론이 담겼다고 한다. 원고 측은 이를 근거로 “책임은 부모가 아니라 플랫폼 설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는 해당 보고서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 한다”고 답했다.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내부 문건도 논란을 키웠다. 2015년 기준 13세 미만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400만 명, 미국 10~12세의 약 30%에 달했다는 내부 추산이 제시됐다. 일부 문건에는 “부모 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과 함께 “인스타그램은 마약과 같다” “우리는 사실상 밀매자”라는 연구원 발언이 담겼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메타는 “맥락이 생략된 인용”이라며 중독과 정신건강 문제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는 반박문을 냈다. 케일리의 문제 역시 가정환경이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메타와 함께 피고로 지목된 구글 산하 유튜브는 해당 서비스가 SNS가 아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스냅챗과 틱톡은 재판 전 원고 측과 합의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재판에서 메타가 패소할 경우 대규모 배상은 물론 ‘무한 스크롤’ 등 플랫폼 설계 전반에 대한 규제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메타는 그간 유럽연합(EU) 디지털서비스법(DSA)과 영국 온라인안전법 등 강화된 규제 환경의 영향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미국 국무부가 유럽 등지의 콘텐트 차단을 우회하는 온라인 포털 구축을 추진 중”이라는 로이터통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혐오 발언·테러 선전물 등 각국 정부가 금지한 콘텐트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무부는 “디지털 자유는 우선순위”라고 통신에 밝혔다. 다만 통신은 “(이 계획이) 유럽 동맹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미국이 자국민들에게 현지 법을 무시하도록 부추기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