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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정동영에 "높이 평가"…김정은은 '대남 핵공격' 방사포 흔들어

중앙일보

2026.02.18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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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제9차 당대회를 기념해 18일 평양에서 군수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600mm급 대형 방사포를 당에 바치는 행사를 거행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사포 차량을 직접 운전하는 모습. 뉴스1
제9차 노동당 대회가 임박한 가운데 북한이 19일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둔 신형 방사포를 공개했다. 같은 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 관련 유감 표명에 “높이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겉으로는 정부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듯 하면서도 실제로는 신형 무기 개발에 여념이 없는 화전양면술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비행금지구역 복원 등을 유도하려는 것일 수 있다.

이날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600㎜ 대구경 방사포 전달 행사를 열었다. 중요군수기업소 노동계급은 지난 2개월 동안 증산한 방사포 50문을 김 위원장에게 보고하고 제9차 당 대회에 헌정했다. 행사 도중 김정은이 직접 발사대 차량을 운전하는 모습도 공개했다. 무기들은 당대회 장소인 4·25 문화회관 광장에 전시됐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이를 “전술 탄도미사일의 정밀성과 위력에 방사포의 연발 사격 기능을 완벽하게 결합시킨 세계적으로 가장 위력한 집초식 초강력 공격무기”라고 소개했다. 또 “인공지능기술과 복합유도체계가 도입됐다”며 “현대전에서 공인돼 있는 포병의 역할과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무기가 사용된다면 교전 상대국의 군사 하부구조들과 지휘체계는 삽시에 붕괴될 것”이라며 “이 무기의 사용이 현실화될 때에는 그 무슨 ‘신의 보호’라는 것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정은이 이 무기를 두고 “전략적인 사명수행에도 적합화되어있다”고 언급한 대목은 핵 공격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에 공개된 방사포는 바퀴가 4축인 발사 차량에 발사관 5개가 탑재됐다. 4축 발사차량에 발사관이 4개인 기존 600㎜ 방사포보다 개량된 형태다. 항재밍(전파방해 차단) 기능 등을 추가해 정밀 타격 능력을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 사거리는 약 400㎞로 휴전선 인근에서 발사 시 한반도 전역이 타격권에 들어온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무인기 사건 관련 입장 및 재발방지대책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우리 정부를 향한 김여정의 유화적 메시지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됐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나는 정동영 한국 통일부 장관이 우리 국가의 영공을 침범한 한국 측의 무인기 도발 행위에 대해 공식 인정하고 다시 한번 유감과 함께 재발 방지 의지를 표명한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전날 정 장관이 브리핑에서 ”무인기 사건의 재발 방지책으로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기존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복원을 선제적으로 검토·추진키로 했다”고 밝힌 데 대한 반응이다.

김여정은 그러면서도 “재삼 강조하지만 그 주체가 누구이든, 어떤 수단으로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에 대한 침해행위가 재발할 때는 끔찍한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엄중한 주권침해도발의 재발을 확실히 방지할 수 있는 담보 조치를 강구하는 것은 전적으로 한국 자체의 보존을 위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김 부부장은 ”우리 군사지도부는 한국과 잇닿아있는 공화국 남부국경 전반에 대한 경계강화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며 “적국과의 국경선은 마땅히 견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2023년 12월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 이후 군사분계선 인근에 새 방벽, 울타리, 대전차 장애물 등을 설치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김여정이 ‘적국’ 등을 언급한 건 북한이 당 대회를 앞두고 정 장관의 유감 표명을 ‘국경선 선포’를 위한 정치적 명분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또 600mm 방사포 공개를 통해 당 대회에서 제시될 것으로 보이는 신형 무기체계 개발 로드맵을 예고한 성격도 있어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우리 정부의 유감 표명을 동포애적 화해가 아닌 타국 간 분쟁 조정으로 취급하며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공식화하고 있다”며 “600mm 초대형 방사포 등 전술 무기의 국경 인근 상시 전개 가능성도 시사한 것”이라고 봤다. 또 “김여정이 사용한 ‘남부 국경’이란 표현은 남한을 영구히 갈라진 적대적 타국으로 고착화하려는 전략이며, 우리 정부의 사과를 ‘자백’ 프레임으로 활용해 주도권을 쥐려는 심리전”이란 말도 덧붙였다.

한편 이런 김여정의 화답에 정부는 즉각 호응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는 남과 북이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길로 나아가길 기대한다”며 “정부는 접경지역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삼가고 평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남북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의 무인기 사건 관련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 조치 발표에 대해 북한이 신속하게 입장을 밝힌 것에 유의한다”고 밝혔다. 김여정이 적국 등을 언급한 데 대해선 “그런 표현들은 처음이 아니다”며 “정부는 남북 간 신뢰 국면을 만들고 적대를 해소하기 위해 일관된, 선제적 조치를 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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