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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전기 최선 아냐…기술보다 사회적 합의가 관건” 서울대, 에너지 믹스 포럼

중앙일보

2026.02.1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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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대 공대가 '이슈&보이스' 포럼을 열고 탄소 중립을 위한 에너지 믹스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 서울대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현재의 3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기존의 발전 단가 중심 정책 설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싼 전기’ 생산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전력 체계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신재생 에너지 전환에 성공할 수 있단 취지다.

서울대 공대는 19일 관악캠퍼스 엔지니어하우스에서 ‘이슈&보이스’ 포럼을 열고 탄소중립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에너지 믹스(혼합) 정책의 방향성을 논의했다. 김영오 공대학장은 환영사에서 “에너지 믹스는 가장 싼 전원(電源)을 고르는 문제를 넘어 안정성과 유연성, 사회적 수용성을 함께 설계해야 하는 시스템 공학의 문제”라며 “사회적 요소를 고려한 최적의 시스템 설계 방안을 논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현재 34GW(기가와트) 수준인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을 2030년까지 100GW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 미래 에너지 환경에 발맞춰 정책 설계 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제언한 것이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클러스터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 사진 새만금개발청

이날 발제를 맡은 이규섭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태양광·원자력 등 각 에너지원이 최적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신재생 에너지원은 원할 때 켜고 끌 수 있는 화석연료 발전설비와 달리 자연조건 등에 따라 수급이 달라진다는 것이 중요한 한계로 지적됐다. 이에 발전원 제어 능력 확보, 유연성 있는 새 에너지원 발굴, 에너지저장장치(ESS) 도입 등을 에너지 정책 설계에 추가로 고려해야 한단 것이다. 이 교수는 “그간 습관적으로 발전 단가를 가장 중요한 정책 기준으로 여겼지만, 경제성은 거대한 퍼즐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며 “에너지믹스 논의의 패러다임을 총체적 관점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환경 변화에 따른 전력망 문제에 관한 논의도 이어졌다. 넓은 부지가 필요한 신재생 에너지 설비는 전력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이 아니라 비수도권 곳곳에 퍼져있어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서울의 태양광 발전량은 274GWh(기가와트시)로 1위인 전남(7086GWh)의 3.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재호 한국에너지공대 에너지공학부 교수는 “전력망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선 전력을 생산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형 분산 전원 시스템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인공지능(AI) 기반의 지능형 분산 전력망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에너지플러스 2025'에서 관람객들이 소형모듈원전(SMR)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운 미래 에너지원으로는 소형모듈원자로(SMR)가 언급됐다. 국내에선 한국수력원자력이 2035년 가동을 목표로 혁신형 소형 원자로(i-SMR)를 개발하고 있다. 심형진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발전원으로 SMR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테라파워 등 미국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선진 원자로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도 국가 차원의 대규모 연구개발 사업을 통한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에너지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환경부 차관을 역임한 안병옥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특임교수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GW로 늘리고, 송전망을 1.4배 확충하겠단 목표가 가능할 것인가 질문을 던지게 되는 건 기술적 문제라기보단 사회적 수용성의 문제”라며 “에너지 사용 환경과 국토적 여건을 따졌을 때 송전망 등 관련 시설 확충을 두고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갈등이 예상된다. 정부와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에너지 문제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345kV(킬로볼트) 송전선의 표준공기는 9년이지만, 주민 반대나 지자체 인허가 지연 등에 부딪혀 실제 건설 기간은 평균 13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당진시 서해대교 인근 345kV(킬로볼트)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전경. 산업통상부

한편, 이날 행사엔 서울대 이종수 연구처장과 김성재 에너지이니셔티브연구단장, 최명환 한국전력공사 계통기술실장,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참석했다.



오삼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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