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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 尹 1심 무기징역…'檢 구형' 사형은 면했다 [尹 내란 1심]

중앙일보

2026.02.18 23:12 2026.02.19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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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위법한 ‘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계엄 선포 443일만인 19일 윤 전 대통령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에서 국회 봉쇄 등이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첫 판단이 나오면서다. 현직 대통령의 행위에 내란죄가 인정된 건 헌정사상 최초다.

재판부는 1649년 영국 국왕인 찰스 1세가 반역죄로 처형당한 점을 들어 “대통령이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를 저지를 수 있다”며 “헌법 기관(국회) 기능을 못 하게 만드는 게 국헌문란이고 대통령이 군을 동원해 의회를 점령하는 게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선고문을 읽어내려가면서 “결론적으로 법원이 판단한 핵심은 군을 국회에 보낸 것”이라고 두 번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앞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 지귀연)는 이날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신군부 시절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받은 최종형인 무기징역과 같은 형량이다. 특검팀이 구형한 내란죄 최고 법정형인 사형보다는 낮은 형량이다.

재판부는 “내란죄는 국가의 존립, 헌법적 기능을 파괴하고 법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내란죄에 대해 위험을 일으킨 행위 자체로 높은 형을 규정한 것은 그 자체로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합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폭력 수단을 통해 국회 권능 행사를 불가하게 해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훼손해 비난 여지가 크다”고도 비판했다.

이어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정은 군·경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고 한국의 정치적 위상과 대외 신인도 하락, 정치적 양극화 등 극한의 대립 상태를 겪는 등 사회적 비용을 산정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짚었다. “윤 전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계획했음에도 사과의 뜻을 내비칠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경고성 계엄? “국회 마비 기간 상당기간 예정 ”

박경민 기자
재판부는 먼저 지난해 3월 구속취소 결정 당시 판단하지 않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인정 여부에 대해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수처법상 예외규정에 따라 직권남용죄와 내란죄의 직접 관련성이 인정되고 규범적으로도 효율적 수사 필요가 크다는 점에서 수사권 인정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 수사권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기소한 검찰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판단 근거가 충분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내란죄 구성 요건인 ‘국가 헌법 질서를 무력으로 마비시키려는 목적’(국헌문란)이 있었고, 이 목적을 실행하기 위한 ‘실질적인 폭력 행사’(폭동)를 충족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국회에 군을 보낸 목적은 주요 인사를 체포해 국회의원들이 모여서 의결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 즉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서 국회가 상당기간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드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계엄 선포문에 ‘반국가세력 국회’, ‘척결’ 등의 용어가 포함됐고 계엄포고령 1호에 ‘국회 활동 금지’를 명시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윤 전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 “계엄은 비상벨”“경고성·호소형 계엄”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은 언제 군을 철수시킬지 계획을 정하지 않았다”며 “윤 전 대통령 마음 먹기 따라 국회 운영 재개 여부가 결정되므로 국회 마비 기간이 상당기간 예정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14명을 체포해 구금하려 했다는 ‘정치인 체포조’ 운영 혐의 역시 윤 전 대통령의 승인 하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시했다고 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한 행위도 이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인정했다. 이들에게는 집합범으로서의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공범으로 판단했다.

내란죄 요건의 또 다른 축인 ‘폭동’에 대해서는 ‘최광의의 폭동이나 협박’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국회 봉쇄, 선관위 점거 등은 모두 다 합쳐 그 자체로 폭동 행위”라며 “대한민국 전역, 국회, 선관위가 위치한 서울, 수도권 등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했다”고 인정했다. 또 “일일이 개별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내란죄로서의 책임은 모두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태운 호송차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뉴스1

재판부는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국헌문란의 역사적 의미를 짚었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도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재판부는 중세시대에는 왕이나 군주 자체는 반역죄, 내란죄를 저지를 수 없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찰스 1세 사건을 계기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에서 왕과 의회가 갈등을 빚다가 의회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 20가지 결의문을 내자 직접 군대를 이끌고 의사당에 난입해 의회를 강제로 해산시키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내전을 통해 찰스 1세가 반역죄로 사형이 선고됐고, 왕이라도 주권을 침해하면 반역죄가 성립한다는 개념이 퍼졌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대통령의 권한 행사로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로도 할 수 없는 헌법 기관 기능 마비 등을 목적으로 한다면, 비록 헌법이 정한 권한행사라 하더라도 이때에는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아픔 상당기간 진행”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2023년 10월 이전부터 계획했고 권력욕에 의한 장기독재 의지를 갖고 선포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야당의 무리한 탄핵 시도 등으로 2024년 12월 1일로 계엄을 결심했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이 핵심 증거로 삼은 ‘노상원 수첩’도 “작성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일부 내용은 사실과 불일치하며 모양, 형상, 필기 형태, 내용 등이 조악하다”고 배척했다.

그러면서도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당시 야당(더불어민주당) 탓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국가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바로 잡으려 했던 것은 동기나 이유·명분에 불과할 뿐이지 군을 국회로 보내는 목적으로 볼 수 없다”며 “그 수단으로 병력 출동 및 국회 봉쇄 행위에 나아간 잘못을 저지른 것은 명백하게 구분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 없다’는 비유를 들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순간적 판단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구속돼 가족들도 고통받고, 불안하게 군·경 생활을 마무리할 공직자들이 어마어마한 고통 겪는 사정은 우리나라에 큰 아픔이 될 것 같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진 않은 점, 물리력 행사를 자제하려 한 사정, 물리력·폭력을 행사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관련 행위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고, 범행 이전 범죄 전력이 없으며 장기간 공무원에 봉직했고 65세로 비교적 고령인 점”을 참작했다.

윤 전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선고 직후 “이런 재판은 왜 했냐. 이미 내려진 결론, 특검이 정해둔 결론이라면 그냥 재판 없이 선고해도 되지 않겠냐”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가려지는 것은 자기의 눈일 뿐이다. 구름이 걷히면 태양은 드러나게 돼 있다”고 반발했다.

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이번 양형에 군대를 동원하여 국가를 전복하려 한 군사반란의 중대성과 위험성이 충분히 반영되었는지는 의문”이라며 “재판부가 결과적으로 실패한 내란 혹은 초범, 고령 등의 이유로 감형을 해준 판단이 과연 상식과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는지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향후 항소심에서 엄중하게 다투어지기를 기대한다”고도 덧붙였다.

박경민 기자



김보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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