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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짓던 윤석열…방청석 "尹어게인" 외침엔 미소 지었다 [尹 내란 1심]

중앙일보

2026.02.18 23:34 2026.02.19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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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 TV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후 4시 6분. 선고를 끝낸 지귀연 부장판사가 법정 뒤로 사라졌다. 가까스로 무죄를 선고받은 한 경찰 고위 간부는 울먹임을 억누르면서 몸을 추스렸다. 함께 재판을 받은 예비역 대령 역시 눈을 감았다. 중형을 선고 받은 전직 경찰청장은 내내 깊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숙였다. 지 부장판사가 “다수의 많은 사람들을 범행에 관행 관여시키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는데도 사과의 뜻을 내비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질타한 뒤였다.

선고가 끝난 방청석엔 한순간 침묵이 흘렀다. 슬금슬금 웅성거림이 피어오르더니 소음은 곧 욕설과 “윤 어게인”으로 형체를 갖췄다. 법정을 메운 지지자들의 고성에 변호인과 얘기를 나누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힐끔 눈길을 줬다.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있었다.



재판부 향해 꾸벅 인사, 변호인과 웃으며 대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 서울중앙지법
오후 3시가 다가오면서 형사대법정인 417호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오후 2시 40분쯤부터 불구속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이 법정에 모였다. 150석의 방청석은 방청객과 기자들, 변호인과 교도관들로 가득 찼다. 약 10명의 법정 경위가 법정 곳곳에 배치돼 만일에 대비해 상황을 지켜봤다. 30년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 곳에서 같은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오후 2시 59분이 되자 재판부가 입정했다. “선고를 시작하겠다”는 알림과 함께 기일이 시작됐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들어서서 재판부를 향해 한번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피고인석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남색 정장과 흰 와이셔츠 차림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시종 웃음기가 멈추지 않았다. 왼쪽에 앉은 윤갑근 변호사와 귓속말을 주고받는 모습도 보였다. 재판부가 피고인 출석을 확인하자 윤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재판부를 향해 한번 꾸벅 고개를 숙였다. 자리에 앉자 두리번거리면서 방청석을 둘러봤다.



尹, “내란우두머리죄 인정” 판단에 옅게 한숨도

19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 TV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던 윤 전 대통령도 선고가 시작되자 표정이 굳어갔다. 재판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한다고 판단하자, 윤 전 대통령은 잠시 천장을 쳐다봤다. 입을 다문채였다. 재판부가 “(이재명·한동훈 등) 체포 명단을 불러준 것은 사실로 보인다. 국회 마비의 목적이 있다”라고 선고문을 읽어나갈 때는 꾹 눌린 입술이 더욱 가늘어졌다.

재판부가 12·3 비상계엄이 폭동이라고 판단하며 “대한민국 전역, 적어도 수도권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었다”고 할 때는 얕게 한숨을 쉬고 자리를 고쳐앉았다. 재판부가 “피고인 윤석열에게 내란우두머리죄가 성립한다”는 결론을 밝힐 때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선고 후에 방청석서 터진 ‘윤 어게인’에 미소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사진 서울중앙지법

재판부가 “주도적으로 비상계엄을 계획했고 많은 사람들을 관여시켰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초래됐고 그 부분에 대해 사과의 뜻을 내비칠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질타할 때도 윤 전 대통령은 얼굴을 풀지 않았다. 선고를 위해 피고인석에서 일어난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다”는 주문이 내려졌지만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쳐다봤고, 다른 피고인들에게 선고가 내려지는 동안 잠시 재판부를 쳐다보는데 그쳤다.

지 부장판사가 퇴정하자 윤 전 대통령은 재판부와 특검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바로 얼굴의 긴장을 풀고 웃음을 드러내고는 변호인들과 말을 나눴다. 방청석에서 “윤 어게인”, “대통령 힘내세요”, “지귀연 XXX야” 등 욕설이 차올라기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의 미소도 얼굴에 뚜렷해졌다. 웃는 얼굴을 방청석을 향해 보인 뒤 그는 다시 구치감으로 들어갔다.

사진은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오른쪽)·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징역 12년’ 조지호는 담담, ‘무죄’ 윤승영은 울음 삼켜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이날 징역 30년을 선고 받았다. 김용현 전 장관은 재판 내내 취재진이 표정을 읽기 어려웠다. 변호인인 이하상 변호사는 “(김 전 장관이) 피고인 윤석열의 비이성적 결심을 옆에서 조장했다”는 대목에서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조지호 전 청장은 양손을 모아 책상 위에 올린 채 고개를 떨어뜨렸다. 때로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했다. 피고인석에서 일어서서 “징역 12년”이라는 주문을 듣는 동안에는 오히려 담담한 표정이었다.

재판부는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과 김용군 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에 대해선 내란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윤 전 조정관은 무죄 취지의 이유를 밝히자 안경을 벗고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삼켰다. 김 전 단장은 눈을 감은 채 선고를 들었다.



최서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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