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6분. 선고를 끝낸 지귀연 부장판사가 법정 뒤로 사라졌다. 가까스로 무죄를 선고받은 한 경찰 고위 간부는 울먹임을 억누르면서 몸을 추스렸다. 함께 재판을 받은 예비역 대령 역시 눈을 감았다. 중형을 선고 받은 전직 경찰청장은 내내 깊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숙였다. 지 부장판사가 “다수의 많은 사람들을 범행에 관행 관여시키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는데도 사과의 뜻을 내비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질타한 뒤였다.
선고가 끝난 방청석엔 한순간 침묵이 흘렀다. 슬금슬금 웅성거림이 피어오르더니 소음은 곧 욕설과 “윤 어게인”으로 형체를 갖췄다. 법정을 메운 지지자들의 고성에 변호인과 얘기를 나누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힐끔 눈길을 줬다.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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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향해 꾸벅 인사, 변호인과 웃으며 대화
오후 3시가 다가오면서 형사대법정인 417호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오후 2시 40분쯤부터 불구속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이 법정에 모였다. 150석의 방청석은 방청객과 기자들, 변호인과 교도관들로 가득 찼다. 약 10명의 법정 경위가 법정 곳곳에 배치돼 만일에 대비해 상황을 지켜봤다. 30년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 곳에서 같은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오후 2시 59분이 되자 재판부가 입정했다. “선고를 시작하겠다”는 알림과 함께 기일이 시작됐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들어서서 재판부를 향해 한번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피고인석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남색 정장과 흰 와이셔츠 차림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시종 웃음기가 멈추지 않았다. 왼쪽에 앉은 윤갑근 변호사와 귓속말을 주고받는 모습도 보였다. 재판부가 피고인 출석을 확인하자 윤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재판부를 향해 한번 꾸벅 고개를 숙였다. 자리에 앉자 두리번거리면서 방청석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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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내란우두머리죄 인정” 판단에 옅게 한숨도
그러던 윤 전 대통령도 선고가 시작되자 표정이 굳어갔다. 재판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한다고 판단하자, 윤 전 대통령은 잠시 천장을 쳐다봤다. 입을 다문채였다. 재판부가 “(이재명·한동훈 등) 체포 명단을 불러준 것은 사실로 보인다. 국회 마비의 목적이 있다”라고 선고문을 읽어나갈 때는 꾹 눌린 입술이 더욱 가늘어졌다.
재판부가 12·3 비상계엄이 폭동이라고 판단하며 “대한민국 전역, 적어도 수도권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었다”고 할 때는 얕게 한숨을 쉬고 자리를 고쳐앉았다. 재판부가 “피고인 윤석열에게 내란우두머리죄가 성립한다”는 결론을 밝힐 때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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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후에 방청석서 터진 ‘윤 어게인’에 미소
재판부가 “주도적으로 비상계엄을 계획했고 많은 사람들을 관여시켰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초래됐고 그 부분에 대해 사과의 뜻을 내비칠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질타할 때도 윤 전 대통령은 얼굴을 풀지 않았다. 선고를 위해 피고인석에서 일어난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다”는 주문이 내려졌지만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쳐다봤고, 다른 피고인들에게 선고가 내려지는 동안 잠시 재판부를 쳐다보는데 그쳤다.
지 부장판사가 퇴정하자 윤 전 대통령은 재판부와 특검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바로 얼굴의 긴장을 풀고 웃음을 드러내고는 변호인들과 말을 나눴다. 방청석에서 “윤 어게인”, “대통령 힘내세요”, “지귀연 XXX야” 등 욕설이 차올라기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의 미소도 얼굴에 뚜렷해졌다. 웃는 얼굴을 방청석을 향해 보인 뒤 그는 다시 구치감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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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2년’ 조지호는 담담, ‘무죄’ 윤승영은 울음 삼켜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이날 징역 30년을 선고 받았다. 김용현 전 장관은 재판 내내 취재진이 표정을 읽기 어려웠다. 변호인인 이하상 변호사는 “(김 전 장관이) 피고인 윤석열의 비이성적 결심을 옆에서 조장했다”는 대목에서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조지호 전 청장은 양손을 모아 책상 위에 올린 채 고개를 떨어뜨렸다. 때로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했다. 피고인석에서 일어서서 “징역 12년”이라는 주문을 듣는 동안에는 오히려 담담한 표정이었다.
재판부는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과 김용군 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에 대해선 내란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윤 전 조정관은 무죄 취지의 이유를 밝히자 안경을 벗고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삼켰다. 김 전 단장은 눈을 감은 채 선고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