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검이 수사 과정에 분실했던 300억 상당의 비트코인을 6개월 만에 전량 회수한 것으로 19일 파악됐다. 검찰 추적에 압박을 느낀 피싱범들이 탈취한 코인 전량을 설날이던 지난 17일 되돌려놨다.
광주지검은 지난해 8월 분실한 비트코인 320.88개(현재 시세 약 318억원 상당)를 이날 국내 모 가상자산거래소의 전자지갑으로 전량 이체해 회수 조치를 완료했다.
앞서 광주지검 수사관들은 범죄 압수물로 보관하던 비트코인을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 탈취당했다. 이른바 ‘콜드월렛’이라 불리는 USB 형태 전자지갑에 보관 중이던 비트코인의 수량을 확인하다 피싱 사이트에 접속하면서 전자지갑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다.
당시 수사관들은 코인을 탈취당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정기 압수물 점검에서도 전자지갑 실물만 확인한 채 비트코인 잔액과 내용물은 확인하지 않은 탓에 피해 사실 파악이 늦어졌고 검찰의 부실한 암호화폐 관리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광주지검은 압수 비트코인을 국고에 환수하는 절차에 나선 뒤에야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
탈취된 코인은 현금화 시도 없이 소유주 불명의 전자지갑에 그대로 보관돼 있었다. 광주지검은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 50여곳에 해당 지갑에서 이체된 코인이 입금된 계좌는 전부 동결하고, 현금화는 거부하도록 영장 및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자 설 명절 당일이던 지난 17일 탈취당했던 코인이 본래 보관돼 있던 콜드월렛 전자지갑으로 이체됐다고 한다. 검찰은 IP 주소, 이메일 추적에 압박을 느낀 코인 사기 피싱 일당이 향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형량 감면 등을 위해 자체적으로 반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광주지검은 코인 회수 여부와 무관하게 이번 피싱 사건을 정식 수사 중이다.
결과적으로 코인 탈취 피해는 구제됐으나, 수사기관이 압수한 가상자산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탈취됐던 코인은 해외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수익으로, 경찰이 2021년 11월 사이트 운영자 딸 A씨 전자지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도 신원미상의 누군가가 A씨 지갑에 접속해 코인 1400여개를 빼돌리는 일이 있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도 수사 과정에 확보한 약 21억원 상당 비트코인 22개가 외부로 유출된 사실이 최근 드러나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한때 대검찰청은 압수한 가상자산을 검찰청 명의 전자지갑에 일괄 이체해 보관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대검찰청이 해킹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단념했다. 이에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은 현재로써 압수한 가상자산이 보관된 전자지갑의 비밀번호만 변경하는 식으로 탈취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은 비밀번호 없이도 ‘마스터키’로 전자지갑에 접근해 탈취할 수 있다. 전직 검찰 사이버 범죄 수사관은 “범죄 일당 세 명이 각자 마스터키를 받아놨다가 동료가 체포되면 가상자산 범죄수익을 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압수 시 거래소, 전문 수탁기관에 위탁하는 방안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광주지검은 비트코인 압수물을 관리하던 수사관 5명을 감찰 중이다. 단순 과실 또는 피싱사이트와 결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