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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는 거위’였는데…트렌드 변화 못읽은 면세사업의 추락

중앙일보

2026.02.19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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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찾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DF1 구역. 면세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인 화장품과 향수를 파는 곳이지만, 방문객 없이 한산했다. 최현주 기자
‘황금알 낳는 거위’였던 면세사업이 천덕꾸러기가 됐다. 10년 전만 해도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사업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현재는 ‘손절’ 사업이 됐다. 한국 면세점의 상징인 인천국제공항 DF1(향수·화장품)과 DF2(주류·담배) 구역을 운영하던 신세계·신라면세점은 1900억원의 위약금을 내고 철수하는 상황이다. 유지보다 위약금을 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빈자리는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적격사업자로 선정한 호텔롯데(롯데면세점)·현대디에프(현대면세점)가 관세청의 특허심사를 거쳐 오는 3~4월 입점 예정이다.

10년 전만 해도 면세사업을 할 수 있는 특허권을 두고 14대 1의 경쟁을 벌이던 기업들의 분위기가 바뀐 건 왜일까?

가장 큰 이유는 쇼핑 트렌드 변화다. 코로나19 기간 한국을 찾지 못한 외국인 수요가 온라인 직구에 익숙해졌다. 또 고급 브랜드 중심의 면세점보다 다양한 현지 제품을 살 수 있는 로드숍을 찾아 인디 뷰티 브랜드를 발라보는 식의 ‘경험 소비’가 자리 잡았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해외여행을 하지 못한 한국인 수요도 해외 온라인 직구가 익숙해진 데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계속 높은 수준에 머물면서 가격 측면에서 매력을 잃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1870만)은 역대 최대 수준을 회복했지만, 매출은 감소세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1~2022년에도 평균 17조8000억원이었던 한국 면세업계 매출은 지난해 12조5340억원에 그쳤다.

규제가 빚은 구조적인 문제도 경쟁력 약화 이유로 꼽힌다. 2013년 10월 당시 정부는 대기업 독식이 우려된다며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는 특허 기간을 5년 이내로 제한하고 매번 경쟁 선정한다는 내용의 규제를 도입했다. 이전까진 특허 기간이 10년이었고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으면 계속 운영할 수 있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면세사업에 뛰어들었고 특허권을 따기 위해 과도한 임대료 입찰 등 출혈 경쟁이 이어졌다. 면세사업의 승패를 가르는 해외 명품 브랜드 유치도 불리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면세사업은 물품을 미리 수천억에서 1조원씩 사둬야 하는 선매입 구조고 해외 명품 브랜드가 검증되지 않은 중소업체에 입점할 이유도 없어서 대기업에 적합한 사업”이라며 “규제 시행 이후 당장 5년 후 문 닫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해외 브랜드들과 협상만 불리해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매출은 줄고 있는데 임대료 같은 고정비는 되려 늘어난 것도 면세점에 부메랑이 되고 있다.

김경진 기자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와 같은 대량 구매자(다이궁)이 줄고, 현지 로드숍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난 데다, 국내 면세산업에서 초과 공급이 나타나는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짚었다.

면세업계는 돌파구를 찾고 있다. 다이궁에게 지급했던 무리한 수수료 폐단을 없애겠다며 지난해 1월 다이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던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9월 다이궁과 거래를 재개했다. 전체 매출의 7%(지난해 3분기 기준)를 차지한 ‘큰 손’을 끝내 외면할 수 없어서다.

충성도 높은 고객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현대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환승을 위해 공항에서 대기해야 하는 관광객이 더현대 서울에서 한식 쿠킹 클래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신세계면세점도 로드숍에는 입점하지 않은 K뷰티‧K푸드 브랜드 독점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최현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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