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배터리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에 나선다. 유상증자 대신 보유 자산을 유동화해 재무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19일 “투자재원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 추진안을 이사회에 보고했다”고 공시했다. 삼성SDI는 비상장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를 보유하고 있으며 증권가에서는 지분 가치를 10조원 안팎으로 추정한다. 나머지 84.8%는 삼성전자가 보유 중이다. 거래 상대와 규모·조건·시기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향후 이사회 승인 절차를 거쳐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실적 악화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지난해 약 1조7000억원대 영업적자를 냈다. 미국 전기차 수요 회복이 지연되면서 단기간 내 실적 개선도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투자를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SDI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전환과 전고체 배터리·고니켈·건식 공정 등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해 올해도 3조원 이상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배터리 산업 특성상 투자를 중단하면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초 유상증자도 거론됐지만 주주반발을 고려해 지분 매각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지난해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추진하며 시장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시장 관심은 인수 주체에 쏠린다. 업계에서는 최대주주인 삼성전자가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삼성전자가 전량 인수할 경우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돼 그룹 내 전자·부품 계열 지배력이 강화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중심 현금 창출력이 높고 디스플레이에서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양사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지분 매각이 성사될 경우 삼성SDI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중호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SDI가 지난해 1조65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당시 언급했던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이 현실화되면 순이익과 재무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사 대비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전량 매각할 경우 잠재적 재무구조가 큰 폭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