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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신라, 위약금 물고 떠났다…천덕꾸러기 된 면세사업

중앙일보

2026.02.1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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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는 거위’였던 면세사업이 천덕꾸러기가 됐다. 10년 전만 해도 특허권을 두고 14대 1의 경쟁을 벌였지만, 현재는 ‘손절’ 사업이 됐다. 한국 면세점의 상징인 인천국제공항 DF1(향수·화장품)과 DF2(주류·담배) 구역을 운영하던 신세계·신라면세점은 1900억원의 위약금을 내고 철수하는 상황이다. 유지보다 위약금을 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업들의 분위기가 바뀐 건 왜일까?

가장 큰 이유는 쇼핑 트렌드 변화다. 코로나19 기간 한국을 찾지 못한 외국인 수요가 온라인 직구에 익숙해졌다. 또 고급 브랜드 중심의 면세점보다 다양한 현지 제품을 살 수 있는 로드숍을 찾아 인디 뷰티 브랜드를 발라보는 식의 ‘경험 소비’가 자리 잡았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을 하지 못한 한국인 수요도 온라인 직구가 익숙해진 데다, 최근 환율이 계속 높은 수준에 머물면서 가격 측면에서 매력을 잃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1870만)은 역대 최대 수준을 회복했지만, 매출은 감소세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1~2022년에도 평균 17조8000억원이었던 한국 면세업계 매출은 지난해 12조5340억원에 그쳤다.

규제가 빚은 구조적인 문제도 경쟁력 약화 이유로 꼽힌다. 2013년 10월 당시 정부는 대기업 독식이 우려된다며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는 특허 기간을 5년 이내로 제한하고 매번 경쟁 선정한다는 내용의 규제를 도입했다. 이전까진 특허 기간이 10년이었고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으면 계속 운영할 수 있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면세사업에 뛰어들었고 특허권을 따기 위해 과도한 임대료 입찰 등 출혈 경쟁이 이어졌다. 면세사업의 승패를 가르는 해외 명품 브랜드 유치도 불리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규제 시행 이후 당장 5년 후 문 닫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해외 브랜드들과 협상만 불리해졌다”고 전했다. 여기에 매출은 줄고 있는데 임대료 같은 고정비는 되려 늘어난 것도 면세점에 부메랑이 되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량 구매자(다이궁)가 줄고, 현지 로드숍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난 데다, 국내 면세산업에서 초과 공급이 나타나는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짚었다.

면세업계는 돌파구를 찾고 있다. 무리한 수수료 폐단을 없애겠다며 지난해 1월 다이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던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9월 다이궁과 거래를 재개했다. 전체 매출의 7%(지난해 3분기 기준)를 차지한 ‘큰 손’을 끝내 외면할 수 없어서다.

충성도 높은 고객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현대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신세계면세점도 로드숍에는 입점하지 않은 K뷰티·K푸드 브랜드 독점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최현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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