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인 19일 코스피가 다시 사상 최고치를 고쳐 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09% 오른 5677.25에 마감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19만원(4.86% 상승)에 마감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89만4000원(1.59%)에 마감한 SK하이닉스는 장중 91만원선을 터치했다.
반도체주의 랠리에 “코스피가 7900까지 간다”는 시나리오도 나왔다. 하나증권은 이날 향후 1년 코스피 상단을 7900으로 제시했다. 지난달 초 5600을 제시한 지 한 달 만에 2300포인트나 올려 잡은 것이다.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순이익 전망치가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됐다는 게 근거였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반도체 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6.7배인데 반도체 순이익이 2년 연속 증가했던 시기의 PER은 평균 12.1배까지 올랐다”며 “앞으로 1년 동안 예상되는 반도체 순이익에 해당 PER을 적용할 경우 74.8%의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 시나리오대로면 코스피 장기 기대수익률은 43.1%로, 코스피 고점은 7870으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다수 증권사가 반도체 업종의 강세를 근거로 코스피 전망치를 다시 썼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최근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6000에서 7500으로 대폭 상향했다. NH투자증권(7300), 유안타증권(7100), 씨티(7000)도 눈높이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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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변동폭 ‘작년의 4배’…상승체력 시험대 올라
반면 코스피 전망치 하단을 내린 증권사 리포트도 등장했다. DB증권은 이날 전망치 밴드를 기존 4500~5500에서 4300~5700으로 수정했다. 반도체 때문에 상승 여력은 남아있지만, 변동성 역시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들어 코스피 전망 하단을 내린 리포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시설 투자가 늘수록 고용이 안 좋아지고, 소비가 줄어 경기 불안이 커진다”며 “그러면 회사채 발행이 위축되고, AI 투자도 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 휴대전화·노트북 등도 비싸지는 ‘AI플레이션’이 발생해 하반기에 미국이 금리를 내리기 더 어려워지고, 이 또한 회사채 발행을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반도체를 떠받치고 있는 대규모 AI 투자가 역설적으로 AI 때문에 다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코스피는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2~19일 코스피의 일간 변동성(일간 등락률의 표준편차)은 3.52%로, 지난달(0.99%)보다 약 4배로 커졌다. 코로나19 충격이 정점에 달했던 2020년 3월(4.21%) 이후 가장 높은 월중 변동성이다.
코스피의 변동성 확대는 AI 수익성 논란과 맞물려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코스피 시가총액의 40%가량이 쏠린 상황에서 AI 관련 불안이 생길 때마다 외국인이 팔고, 개인은 저가에 사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 등 대외 변수로 인한 변동성 확대에 코스피 상승 체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닥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4.94% 오른 1160.71에 마감했다. 장중 급등세를 보이면서 매수 사이드카(일시 효력 정지)가 발동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