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덴버포스트’는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크리스 브라이언트(34·콜로라도 로키스)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콜로라도의 스프링 트레이닝이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몸은 왔지만 운동을 할 수 없는 상태. 조만간 짐을 빼고 자택으로 돌아간다.
덴버포스트는 ‘솔트리버필즈 구단 클럽하우스에 브라이언트의 라커가 마련됐지만 그는 야구 선수가 아니다. 동료들이 훈련을 하는 동안 그는 보라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구경꾼에 불과했다. 그는 뛸 수조차 없고, 경기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오른 브라이언트는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넘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퇴행성 허리 디스크를 앓고 있는 브라이언트는 통증 관리를 위해 절제술 포함 여러 치료를 받았다. 필라테스와 수시간의 물리 치료도 시도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야구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브라이언트는 “어떤 날은 눈앞에 있는 치약도 잡기 힘들다. 매일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날은 어떤 해결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통증은 다양하게 느껴진다. 마치 온몸이 감전된 것 같은 느낌이다. 비참하다. 늙은 건 아닌데 노화의 일부일지도 모르겠다”고 안타까운 현실을 털어놓았다.
[사진] 콜로라도 크리스 브라이언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야구를 하기 어려운 몸 상태이지만 브라이언트는 은퇴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는 “그 부분은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실언하고 싶지도 않다. 관련 기사도 읽지 않았다. 내 초점은 전날보다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며 감정이 북받친 듯 울컥했다.
이어 그는 “이건 지금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 남은 평생 동안 계속 마주해야 할 일이다. 많은 사람들과 이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야구 선수뿐만 아니라 심각한 허리 문제를 앓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며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예상할 수도 없었다. 가장 싫어하는 원수에게도 이런 고통을 바라진 않을 것이다. 정말 비참하다”고 고백했다.
워렌 셰이퍼 콜로라도 감독은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브라이언트의 허리가 정말 많이 아프고, 회복이 더딘 것 외에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 그가 회복하길 바라지만 허리가 너무 많이 아프다. 사실이다. 그는 야구를 할 수 없다. 우리는 그가 뛸 수 없다는 걸 가정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 시카고 컵스 시절 크리스 브라이언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5년 시카고 컵스에서 데뷔한 뒤 내셔널리그(NL) 신인상을 받은 최정상급 3루수 출신인 브라이언트는 2016년 NL MVP를 거머쥐며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108년 묵은 염소의 저주를 풀며 메이저리그 대표 스타로 떠올랐지만 전성기가 오래 가지 못했다. 2022년 3월 콜로라도 구단 역대 최고액(7년 1억8200만 달러)에 FA 계약했지만 먹튀로 전락했다. 계약 첫 해부터 허리, 족저근막염, 발뒤꿈치, 검지손가락 등 부상 악재에 시달리며 올해까지 총 10차례나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지난해 단 11경기 출장에 그친 브라이언트는 콜로라도에서 4년간 170경기 타율 2할4푼4리(632타수 154안타) 17홈런 61타점 OPS .695를 기록했다. 앞으로 3년간 8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175억원의 거액 계약이 남아있다. 브라이언트가 은퇴하지 않는다면 콜로라도는 이 돈을 다 지불해야 한다. 재앙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보면 아직 34세밖에 안 됐는데 야구를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게 안타깝다. 셰이퍼 감독도 “브라이언트의 처지와 비교가 되지 않지만 공감이 간다. 그에게 높은 기대감이 있고, 얼마나 힘들지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그를 지지하기 위해 여기 있어야 한다”며 “브라이언트는 그동안 많은 것을 해냈고, 수많은 경험이 겪었기에 젊은 선수들을 도울 수 있다. 그가 주변에 있을 때 젊은 선수들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면서 멘토로 팀에 기여할 거라고 기대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