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여자컬링이 열린 코르티나담페초. 경기 시작(원래 오후 2시5분)이 30분 가까이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만큼, 이 지역에 폭설이 무섭게 쏟아졌다. 캐나다 코치는 “눈 때문에 경기가 늦게 시작하는 건 처음 본다. 완전 윈터 원더랜드(겨울왕국)”라고 놀라워했다.
기자도 밀라노에서 기차를 타고 베네치아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탔는데, 버스가 산악 도로에서 스노우 체인을 채우느라 1시간 가까이 정차 할 정도였다.
8시간 넘게 걸려 도착한 코르티나 올림픽 스타디움. 한국 여자컬링은 캐나다와 끝장전을 벌였다. 이번 대회는 10팀이 라운드로빈을 벌여 상위 4위까지 4강에 진출하는데, 한국은 전날까지 5승3패로 공동 3위였다. 한국은 캐나다를 이기면 4강에 오르고, 지면 떨어지는 상황이엇다.
3엔드에 3득점해 3-2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4-4로 맞선 6엔드에 4점을 내준 게 뼈아팠다. 세계선수권대회만 3차례 제패한 캐나다 스킵 레이철 호먼의 AI 같은 엄청난 샷은 관중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한국은 끈질긴 추격전을 펼쳤지만 끝내 7-10로 졌다. 한국 경기가 끝나고, 미국이 접전 끝에 스위스를 7-6으로 꺾고 6승3패가 되면서, 5승4패의 한국은 5위 딱 한끗 차로 4강 진출이 좌절됐다.
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을 김은지는 고개를 숙인 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먼저 지나갔다. 서드 김민지는 “이기면 올라가는 걸 알고 있었고, 지면 떨어지는 걸 알고 있었어요. 많이 아쉬워요”며 “아직 좀 더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많이 남아있는데, 못 보여드려 아쉬워요”라고 말했다.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6엔드에 대해 세컨드 김수지는 “저희가 계속 안 해야 되는 미스를 한 것 같아요. 스위퍼로서 대량 (실점이) 나오지 않게, 가까이 안 가도 괜찮았는데, 그 부분을 체크를 꼼꼼히 못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대량 (실점)이 나온 거 같아 그 부분이 이번 경기에서 가장 아쉬워요”라며 눈물을 닦았다.
그래도 세계 2위 캐나다를 상대로 공격적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김수지는 “저희가 경기력과 아이스리딩은 자신이 있었어요. 상황이 나오면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고 자신감은 있었어요”라고 경기를 되돌아봤다.
평소 흥이 넘치는 5G선수들은 이날 패배 후 한국 벤치쪽에 숨어 쪼그려 앉아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 중압갑이 엄청났을 스킵 김은지 눈가에도 눈물이 고였다.
많이 울어서 눈이 부은 리드 설예은은 “아쉬움의 눈물이었어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못했던 게 다 아쉬워서. 진짜 끝났다는 생각을 하니까, 그게 슬펐어요”라며 울먹였다. 팬들이 ‘최선을 다하고 우는 건 울어도 된다’고 했다고 전하자, 얼터 설예은은 “죄송해요. 최선을 다한 거 알아주셔서 감사하고, 그거에 대해서 결과를 못 드려서 죄송해요. 어떡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도 5G는 아직 젊은팀이고 1989년생 캐나다의 레이첼 호먼, 스웨덴의 안나 하셀보리 등 베테랑들이 여전히 올림픽에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고 하자, 선수들은 이내 웃음을 되찾았다. 김수지는 “저희의 올림픽은 이렇게 마무리됐지만, 아직 세계선수권도 남았고, 동계체전도 남아있어요. 잘 추스리고 준비하면 앞으로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을까 생각해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