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설탕·밀가루 싸져도…빵·과자값 꿈쩍도 않는다, 왜 [현장에서]

중앙일보

2026.02.19 12: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노유림 산업부 기자
설탕과 밀가루를 생산하는 주요 제당·제분 업체가 기업간 거래(B2B) 제품 가격을 잇따라 내렸다. 업계는 “국제 원당·원맥 시세를 반영하고 물가 안정에 동참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이번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의 잇단 ‘먹거리 물가 경고’나 최근 검찰이 발표한 10조원 규모의 업계 담합 수사와 무관하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에도 “우리 사회에는 설탕, 밀가루 등등 경제 산업 전반에 반시장적 담합 행위가 퍼져있다. 이런 질 나쁜 범죄를 뿌리 뽑아야 경제의 질적 도약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즉각 반응했다. 이달 초 대한제분이 밀가루 제품값을 평균 4.6% 낮췄고,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등 대형업체들도 제품 가격을 평균 4~6%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원재료 값 인하가 소비자 체감으로도 이어질까. 공정거래위원회의 ‘제빵산업 시장분석 및 주요규제 경쟁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식품 제조원가에서 밀가루·설탕·버터 같은 원재료비 비중은 빵류가 50.1%, 과자류가 57.9%, 면류는 75.1%에 달한다. 원재료 가격 비중이 절반이 넘는 만큼, 원가 하락이 완제품 가격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지난 2006년 공정위는 제분업체 8곳의 밀가루 담합을 적발해 과징금 435억원과 가격 재결정 명령을 부과했다. 당시 업체들은 명령에 따랐지만 이후 관련 식품가격이 뚜렷하게 하락하는 흐름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번 가격 인하에 대해 “인건비나 물류비, 환율 등 기타 비용을 고려해야 해서 소비자가 체감할만큼 가격을 내리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코코아나 유지류 등 고환율로 수입가격이 뛰었을 때 손해를 감수하며 가격 인상을 미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업계의 원자재 가격 인하 흐름은 장기적으로 시장의 가격 투명성 강화와 업계의 과도한 가격 인상 방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홍연아 국립공주대 교수는 “그간 소비자는 불공정 거래가 완제품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히 알 수 없었지만, 이번 점검으로 과정 전반을 살펴볼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역시 눈치보기식 일회성 인하에 그치지 말고, 내부 가격 결정 과정을 포함해 유통 구조 전반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노유림([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