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넨 ‘국가비상 입법기구’ 내용이 담긴 문건이 군·경찰 투입해 국회 봉쇄, 정치인 체포조 운영에 이어 또 다른 국회 무력화 시도라고 판단했다.
중앙일보가 확인한 1133쪽 분량의 윤 전 대통령 등 내란 사건 판결문에는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0시32분쯤 최 전 장관에게 준 문건을 자세히 서술했다. 이 문건에는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 내 충분히 확보해 보고할 것’‘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 포함 완전 차단할 것’‘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는 내용이 기재돼있다.
재판부는 국가비상 입법기구를 국가비상 시 입법을 담당하기 위한 별도의 기구 또는 기관으로 해석했다. 윤 전 대통령 주장대로 단순히 기재부 산하의 조직 명칭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령하려 했다는 윤 전 대통령 주장대로 라면 국회에 보고해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포고령을 통해 국회의 활동을 금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의 관련 기능을 배제하기 위한 비상입법기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를 대체할 새로운 입법기구를 지칭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령하기 위해서였더라도 국회를 거치지 않아 그 자체로 국회의 핵심적 권한인 입법권을 배제하려는 목적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이 임박하자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점도 인정했다. 그러면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박수현·박용갑·안규백·이광희·정동영, 개혁신당 이주영·이준석 의원의 계엄해제안 심의·의결권이 침해당했다고 봤다.
체포조 편성에 가담한 국방부 조사본부 간부가 지난해 12월 4일 0시13분쯤 ‘기무사 계엄대비 문건’ 파일을 기획처장 등에게 전송한 사실도 인정했다. 해당 문건은 위수령 및 경비·비상계엄 관련 세부계획이 21개 항목으로 나뉘어 설명돼있는 67쪽 분량의 파일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등이 비상계엄을 준비하면서 2017년 기무사 계엄 문건을 검토했다고 보고있다.
이 문건에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의결 시도 시 계엄해제가 불가피하므로 반정부 정치활동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포고령을 선포하고 합동수사단은 이를 위반하는 반정부 정치활동 국회의원을 현행범으로 구속 등 사법처리해 의결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다고 적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