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흑인 역사의 달은 사실 미국의 역사 그 자체”라며 흑인 유권자들에 대한 ‘구애전’을 펼쳤다. 지난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를 원숭이에 비유한 영상을 올려 인종차별 논란을 자초한 지 12일 만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흑인 역사의 달’ 기념 리셉션을 주재한 자리에서 “미국을 세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가로 만드는 데 기여한 흑인들의 힘과 용기, 투지, 헌신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며 흑인들이 미국의 역사의 주역이었음을 강조했다.
특히 전날 별세한 흑인 지도자 고(故) 제시 잭슨 목사와 관련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그를 알고 있었다”며 “좀 특이한 사람이었지만 좋은 사람이자 진정한 영웅이었던 잭슨 목사께 깊은 존경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노예 제도 폐지 운동을 벌인 프레드릭 더글라스를 비롯해 마틴 루터 킹 등 흑인 운동가들을 언급하며 “흑인 지도자들이 미국을 더 자유롭고 공정하게 만들었지만, 그에 걸맞은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를 원숭이에 비유한 것과 관련한 언급이나 사과는 없었다. 대신 유명한 흑인 유명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자신은 ‘인종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이 나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할 때마다 마이크 타이슨은 ‘그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닌 내 친구’라고 했다”며 “타이슨은 좋은 시절과 나쁜 시절을 함께하며 처음부터 내 곁에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SNS에도 “나는 급진 좌파의 악당들과 미치광이들에 의해 거짓되고 지속해서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불려왔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백인에게만 집중되며 인종차별적 성격이 있다는 지적에 직접 반발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해명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트럼프의 실제 발언은 흑인을 비하하고 차별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부터 흑인들의 취업과 교육 기회 확대에 기여한 다양성, 공정성 및 포용성(DEI) 프로그램을 행정부는 물론 민간 부문에서도 폐지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백인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면서다.
또 역사 교육에서 흑인 노예 폐지 운동과 흑인에 대한 탄압 등과 관련한 부분을 대폭 축소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인에게 증오심을 심어주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또 “미국의 역사적 인물을 비하하는 이념을 담은 각종 전시물을 국립공원에서 제거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흑인 관련 기록을 지우기 위해서였다.
당시 철거된 전시물엔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거주하던 필라델피아 관저에 설치돼 있던 워싱턴 전 대통령 ‘소유’의 흑인 노예 9명에 대한 자료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 연방지방법원은 이날 “정부는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거나 훼손할 권한은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철거한 전시물 34점을 20일까지 복원하라”고 판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불복하고 즉시 항소했다.
이런 논란이 이는 가운데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SNS에 올라오는 모든 내용은 본인이 직접 올린다”고 발언했다. 이는 최근 오바마 부부를 원숭이에 비유한 게시물에 대해 “참모가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실수로 올렸다”고 해명했던 것과 배치된다. 백악관은 당시 해당 게시물을 올린 사람을 “백악관 직원”이라고 밝히며 게시물을 삭제했다. 해당 게시물과 관련해 백악관 내에서 징계를 받은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고 있다.
레빗 대변인은 또 이날 브리핑 도중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처럼 인종차별주의자인 것처럼 잘못 불린 사례를 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자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수많은 사례를 제시하겠다”면서도 즉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면서 “(대변인실) 팀원들에게 지난 몇 년 동안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허위로 비방해온 급진 민주당원들의 인터넷 자료를 샅샅이 뒤져보라고 지시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