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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 돌연 드러누운 메달후보…눈밭 녹인 가슴아픈 사연

중앙일보

2026.02.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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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세상을 떠난 부모님과 함께 찍은 어린 시절 사진을 들어 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친 막심 나우모프. AP=연합뉴스
나우모프의 부모도 피겨 선수 출신이었다. 신화=연합뉴스
"여전히 아버지 없는 삶을 거부하고 싶을 때가 많아요. 하지만 오늘만큼은 처음으로 이 현실을 실제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지난 18일(한국시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키 알파인 여자 회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스키여제' 미케일라 시프린(미국)은 소감을 밝히며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의 아버지 제프는 2020년 2월 65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대회마다 딸과 함께 동행한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린 시프린. EPA=연합뉴스
마취과 의사였던 시프린의 아버지는 장비 점검, 일정 관리, 의료 조언을 도맡아 딸이 성적 때문에 힘들어할 때 평정심을 유지하는 힘을 키워준 것으로 유명하다. 덕분에 시프린은 떨지 않고 마음껏 실력을 발휘했다. 그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회전 금메달,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대회전 금메달과 복합 은메달을 획득했다.

아버지를 잃은 시프린은 큰 충격을 받고 당시 참가 중이던 2019~20시즌을 중도에 끝냈다. 아버지 없이 처음 나간 첫 올림픽인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선 충격의 '노 메달'에 그쳤다. 시프린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메달권 성적을 내지 못했다. 첫 출전 종목인 팀 복합에서 브리지 존슨과 호흡을 맞춰 합계 2분 21초 97로 4위에 그치며 시상대를 놓친 시프린은 두 번째 종목인 대회전에서도 11위로 밀리며 두 대회 연속 '빈손'의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시프린은 이번 대회 알파인스키 여자부 마지막 종목이자 주 종목인 회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그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새로운 의미"가 됐다며 스케이팅을 포기하지 않은 파이퍼 질(왼쪽). AP=연합뉴스
안타까운 사연을 가슴에 품고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는 또 있다. 피겨스케이팅 아이스 댄스 부문에서 동메달을 따낸 파이퍼 질(캐나다)은 평창 대회에서 첫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비록 입상은 못했지만 8위에 오르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해 5월 어머니 보니가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질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이후 스케이팅은 내게 새로운 의미가 됐다"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항상 어머니를 생각하며 은반에 서게 됐다"고 털어놨다. 다시 훈련에 전념한 끝에 출전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선 7위에 올랐다. 그런데 또다시 불행이 찾아왔다. 그해 10월에는 난소암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이번에도 이겨냈다. 그는 난소암 완치 판정을 받고 세 번째 올림픽 도전인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 피겨 스케이팅 선수 막심 나우모프는 지난해 1월 여객기 사고로 부모가 모두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그의 부모는 1994년 세계피겨선수권 우승자로 이후 지도자로 활동하며 나우모프에게 스승과 같은 존재였다.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나우모프는 키스 앤드 크라이존에서 점수를 기다리며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을 꺼내 들고 "이 사진은 심장 바로 위에 있는 크로스백 안에 늘 넣고 다닌다"고 말했다.

올림픽 경기 중 돌연 스키 폴을 던지는 기행을 펼친 아틀레 리 맥그래스. EPA=연합뉴스
조부의 사망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은 리 맥그래스. AFP=연합뉴스
노르웨이 스키 선수 아틀레 리 맥그래스는 이번 올림픽 남자 알파인 회전 부문 우승 후보였다. 그런데 난데없이 기행을 펼치며 기회를 날렸다. 그는 1차 시기에서 1위로 들어왔으나 2차 시기 완주에 실패한 뒤 스키 폴을 집어 던지고, 코스를 이탈해 눈밭에 드러누워 실격 처리됐다. 이유는 나중에 밝혀졌다. 대회 개막식이 열린 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맥그래스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며 "이렇게 흥분하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너무나 사랑하는 할아버지를 떠나보냈기에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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