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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일 사망 그때…국정원 대북요원이 캔 '김정은 비밀'

중앙일보

2026.02.19 12:00 2026.02.1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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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더중플 - VOICE:세상을 말하다
공작(工作)은 일종의 모순이다. 목적을 뒤로한 채 의도를 갖고 상대방에게 접근해 진심을 얻어내야 한다. 남의 배신을 이용해 조국에 충성한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지만 정체를 감춘 채 산다. 30년 경력의 대북 공작관 정일천(62) 전 요원의 삶도 그랬다.

그는 국가정보원에서 30년 근무 후 2021년 1급(관리관)으로 퇴직했다. 처음 4년간 대북 정보 분석을 맡은 뒤에, 25년간 대북 공작을 담당했다. 쉽게 말해 북한 정보를 빼오는 공작원을 심었다. 장사꾼부터 고위급 외교관까지 현장에서 공작원을 포섭하고 조종했다. 또 “까마귀”라고 칭하는 국정원 ‘블랙(흑색)’ 요원을 관리했다. 퇴직 후엔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베테랑 스파이, 정 전 공작관은 “공작의 시작과 끝은 결국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대북 공작의 실체는 무엇인지, 공작관과 공작원 관계의 본질은 무엇인지 상세히 풀어냈다. AI(인공지능)와 첨단 기술이 세계정보전을 이끄는 시대, 그는 왜 여전히 공작의 본질을 “사람 장사”라고 했을까. 그가 “종합예술”이라고 칭한 ‘공작의 세계’엔 인간 군상의 모든 게 담겨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만날 수 있다.

[인터뷰 목차]
1. 평양에서 걸려온 첫 위성 전화, 그리고 ‘초콜릿’
2. “정 부장님, 사진 안 찍던데…” 공작의 딜레마
3. “시급히 만났으면” 공작원이 전한 ‘김정은’ 비밀
4. “첩보는 양날의 검, 스스로 내 목에 칼 대는 것”
5. 조국 배신의 강력한 이유? “꼭 돈은 아니다”
6. “머리 올렸다” 그의 첫 공작 코드명은…
7. ‘국내 정보 파트 폐지’가 부른 뜻밖의 결과


Q : 공작관과 공작원, 용어가 헷갈린다.
‘007’로 불리는 제임스 본드가 영화에서 영국 정보기관 MI6의 공작원(agent)으로 나온다. 근데 ‘007’은 정보기관 직원이 아니다. 공작원은 공작관이 물색해서 찾은 사람으로, 목표 달성을 위해 현지에서 공작 활동을 수행한다. 공작원은 식당 사장, 종교인, 교수, 혹은 전업 공작원 등 종류가 다양하다(※공작원은 정보원, 휴민트, 간첩으로도 불린다).

영화 속 MI6 국장 M은 공무원 신분의 공작관(Case Officer)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007이 MI6 청사에서 국장 M을 만나는데, 현실과 맞지 않는다. 공작관과 공작원의 접선은 제3국, 정보기관 안가(安家), 외부에서 은밀히 이뤄진다. 공작관 제의를 받은 공작원은 계약서, 서약서를 쓰고 돈(급여)을 받는다. 성과가 나오면 인센티브도 받는다.

지난달 27일 정일천 전 국정원 공작관이 중앙일보 'VOICE' 시리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Q : 가장 기억에 남는 공작원은.
한 명 있다. 2000년대 초 중견 공작관으로 활동할 때, 국내에서 사업하는 분이 해외에서 우연히 알게 된 중년의 북한 사람이다. 두 사람이 친해져서 내가 그 북한 사람에게 본격적으로 ‘공작’에 들어갔다. 신분을 밝히고, 일주일 가까이 설득해 포섭에 성공했다. 활동할 땐 성과도 좋았다. 지금은 단절됐지만….

정 전 요원이 떠올린 북한 사람, 그는 꽤 오랫동안 정 전 요원의 ‘공작원A’로 활동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공작원A에게 ‘벽돌폰’을 건네며 다소 무모한 제안을 건넸다.
" 이거 위성전화인데, 혹시 들고 (평양에) 들어가 볼 생각 있어요? "
당연히 거절을 예상했는데 A는 뜻밖의 대답을 건넸다.
" 한번 갖고 가보죠. "
" 갖고 들어갈 때 문제 없을까요? 위험하면 절대로 무리할 필요 없습니다. "
" 뭐, 정 안 되면 강에 던져버릴게요. "
" 연말에 안부 인사 합시다. "
일종의 테스트로 여겼을까. 간단한 인사를 뒤로하고, A는 ‘벽돌폰’을 들고 평양에 들어갔다. 그런데 연락을 약속한 시점이 다가왔지만 정 전 공작관의 전화기는 침묵했다. 그후 수개월이 지났을 무렵, 휴일 운동을 마치고 들른 사우나 옷장 앞. 그의 전화기가 울렸다. 낯익은 번호였다.


Q : 공작원 A였나?
A였다. 당연히 해외 출장 나와서 연락한 줄 알았는데, 그때 건넨 그 위성 전화기로 평양에서 전화를 걸었다. ‘아 이게 되는구나, 될 수가 있구나’….

(계속)
A는 어떤 이야기를 건넸을까. '김정은'의 이름을 처음 밝혀내기도 했던 정 전 공작관의 인터뷰는 아래 링크에서 이어집니다.

☞北 김정일 사망 그때…국정원 대북요원이 캔 '김정은 비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2890



김태호.조은재.신다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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