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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기성복 너머 맞춤정장 시대 연 AI에이전트…전문가 영역 노린다

중앙일보

2026.02.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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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에이전트(비서)의 진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맞춤 정장을 만들듯 AI에이전트가 각 영역에 필요한 앱을 몇 분 만에 뽑아내는 역량을 갖추게 되면서다. 그간 기성복(범용 소프트웨어)이 주류를 이루던 글로벌 IT업계 지형이 뿌리째 흔들리면서 구독형 소프트웨어(SaaS) 업체 주가가 출렁이고, ‘사스포칼립스(SaaS+Apocalypse)’라는 신조어까지 확산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금융 전문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날까지 S&P500 소프트웨어 지수는 26.03% 하락했다. 이는 미국 시가총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소프트웨어 기업만 골라 담은 지수다. AI가 SaaS 기업을 대체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아서 메쉬 미스트랄AI CEO(최고경영자)는 CNBC와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쓰는 소프트웨어 50%는 AI가 대체할 수 있다”며 “AI를 사용해 ‘빛의 속도’로 앱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공언했다.

이 같은 흐름 한 가운데에는 미국 AI기업 앤스로픽이 지난달 12일 출시한 AI 에이전트 ‘클로드 코워크’가 있다. 클로드 코워크는 사용자 PC에 저장된 파일을 AI가 열람·편집할 수 있고 간편한 UI(유저 인터페이스)를 도입해, 클릭 몇 번으로 분석, 예측, 데이터 관리 등을 자동화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 3일 앤스로픽이 법률, 금융 등 11가지 전문 영역으로 AI에이전트 기능을 확대한다고 발표하면서, 관련 SaaS 기업들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가 크게 확산됐다. 미국 SaaS 기업의 시가총액은 이달 초부터 지난 12일까지 2조달러가량 증발했다. 반면 앤스로픽은 지난 12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싱가포르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300억달러(약 43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에 성공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업무에서 업종으로
시장이 이렇게 까지 반응하는 이유는 AI에이전트가 각기 다른 업종에 특화한 앱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SW 시장을 지배한 워크데이(인사관리), 어도비(디자인) 등은 해당 ‘업무’에만 초점을 맞춰 솔루션을 개발해왔다. 기업들은 기성복처럼 이 솔루션을 구매해서 사용했다. 하지만 어떤 기업이든 사용할 수 있게 제작된 탓에 업종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진 못한다. 조선소와 로펌의 인사 관리(HR) 환경이 서로 다르지만, 이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클로드 코워크는 사용자 요구에 따라 세부 기능을 자동화해준다. 조선소 내 입·퇴사자 파일과 선박 건조 일정을 입력하고, “선박 건조 현황에 따라 인력 수요를 분석해 줘”라고 할 일을 AI에 부여하는 식이다. 매쉬업벤처스의 박은우 파트너는 “기존 SaaS 기업들이 판매처를 늘리기 위해 범용성을 늘리는 데 주력했는데, AI 시대가 도래하니 오히려 이 전략이 독이 됐다”고 지적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전문 영역으로 진격
AI에이전트는 더 전문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다. 지난달 29일 구글이 발표한 ‘프로젝트 지니’가 대표적이다. 지니는 평소 쓰는 말로 명령하면, 현실의 물리 법칙이 적용된 3D(3차원) 가상 세계를 만들어주는 AI에이전트다. 지니가 공개된 날 게임 엔진 개발사 유니티의 주가는 24% 급락했다. 값비싼 물리 엔진(물리 법칙을 가상 공간에 구현하는 소프트웨어)이 없어도 게임, 영상 등을 제작할 길이 열렸다고 본 것이다. 오픈AI도 AI에이전트만 별도로 관리하는 플랫폼 ‘프런티어’를 지난 5일 출시했다. 의료용 AI에이전트 ‘챗GPT 포 헬스케어’ 등 다양한 종류의 AI에이전트를 한 곳에서 관리하기 위한 조치다. 이경훈 채널톡 CAIO(최고AI책임자)는 “앞으로 기존 SaaS보다 더 쓰기 쉽고, 더 저렴한 AI에이전트를 만드는 기업만 생존할 것”이라며 “AI에이전트와 직원 한 명만 있어도 온갖 업무를 대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IT기업 업무 방식도 바뀔 전망이다. 맞춤 정장을 직접 재단해주듯 현장에서 AI에이전트를 기획·개발하는 FDE(전방 배치 엔지니어) 직무가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FDE는 고객사에 상주하면서 자문해주고, 직접 개발도 해주는 직군이다. 실무진이 원하는 바를 직접 듣고 즉각적으로 반영해준다. 이경훈 CAIO는 “대다수 기업은 데이터베이스를 AI에이전트에 연결하는 노하우가 부족한 상황이라 FDE가 이를 해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어때?
다만 국내에선 SaaS 시장이 상대적으로 작은 탓에 아직까진 위기를 체감하기 어렵다. 미국과 달리 SaaS 대기업이 없고, 이를 구동하기 위한 클라우드 전환 속도도 더딘 편이다. 그럼에도 AI에이전트가 보편화하면 국내 IT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조준희 한국 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은 “AI에이전트의 침투를 방치하면 중소ㆍ중견 IT업체는 물론 IT 대기업도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으로는
AI개발사와 기존 소프트웨어업체의 경쟁 구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SaaS 기업들이 버틸 수 있는 근거로 보안 문제를 들었다. 클라우드를 통해 주로 업무를 처리하는 AI에이전트와 달리 SaaS 기업은 고객사 서버에서 구동할 수 있다. 데이터 보안이 중요한 업무는 아직까진 SaaS가 더 낫다는 의미다. 그런데 AI모델이 점점 경량화되면 이 허들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국내 벤처캐피털 한 임원은 “AI를 자체 서버에서 가동해 보안성을 강화할 수 있다면, SaaS를 쓰는 기업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중앙플러스 : 팩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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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차 개발자 동준의 주 업무는 AI 활용 교육이다. 개발자부터 비개발자, 현재 다니고 있는 우아한형제들 사내 교육부터 외부 강연까지. AI가 많은 사람의 일상을 파고든 만큼 강의 스케줄은 늘 빽빽하게 짜여 있다. 최근 동준이 꽂혀 있는 건 간단한 업무용 도구는 AI로 직접 만들어 써보는 것. 물론 그는 개발자 출신이기에 ‘직접 만든다’는 개념에 대한 허들이 비개발자보다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요샌 평소 쓰는 말(자연어)로도 간편한 기능을 만드는 데 지장이 없을 만큼 AI의 성능이 좋아져 비개발자 동료들에게도 추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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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인사팀에 연차 묻니?” 열받은 실장님, AI로 만든 것 [워크인AI ②]
문제는 AI가 아니라 쓰는 사람이다. 당신이 뻔한 프롬프트(명령)로 AI 챗봇과 씨름하는 사이, 옆자리 동료는 이미 오전 회의록을 정리했고 다음 보고서 초안까지 뽑아냈다. 분명 같은 AI를 쓰는데 결과는 천지차이. 비결이 뭘까? 팩플이 옆 회사 AI 고수들의 비법을 대신 물었다. 번개장터 남동득 인사실장이 인사팀에 매일 같이 오는 인사 규정 문의를 AI 챗봇을 만들어 해결한 사례를 전한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4724

오현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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