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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의 왕 구글, AI의 왕이 될 것인가 [트랜D]

중앙일보

2026.02.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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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챗GPT'의 등장으로 실리콘밸리는 거센 파도에 휩싸였다. 오픈AI가 선보인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는 단 5일 만에 1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구글 검색의 종말’이라는 예언을 불러 일으켰다. 많은 전문가가 “검색의 시대는 끝났다”, “AI가 구글 검색을 대체할 것”이라며 기술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을 예고했다. 구글 내부에서도 '코드 레드(Code Red)'가 발령됐고, 시장은 25년간 검색을 지배해온 거대 기업의 몰락 시나리오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구글은 AI 시대 후발주자라는 평가를 들었지만, 제미나이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며 'AI 시대의 승자'로 재평가받고 있다. 제미나이가 생성한 가상 이미지. 사진 제미나이


제미나이의 반격…후발주자에서 선두주자로

그러나 2025년 결산은 이런 위기론이 얼마나 성급했는지를 보여준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4조 달러(약 5805조원)를 돌파하며 애플을 넘어섰다. 알파벳 주가는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65%나 급등했다. 'AI 후발주자'라는 평가를 받던 기업이 'AI 시대의 승자'로 재평가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연 구글은 어떻게 챗GPT 쇼크를 극복하고 AI 시대에서도 패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을까.

2024년 초 구글은 혹평에 시달리고 있었다. 구글의 초기 생성형 AI인 '바드'는 출시 첫날부터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며 비판을 받았고, 이로 인해 알파벳 주가도 8% 급락했다. 그러다 이듬해 구글은 '제미나이'를 지속해서 업데이트하며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제미나이는 ▶AI가 새로운 데이터나 상황에서 패턴을 인식하고 논리적인 사고 과정을 거쳐 문제를 해결하는 '추론 능력' ▶서로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동시에 입력받고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멀티모달 처리' ▶효율성 측면에서 다른 AI와 동일하거나 일부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과학 논문 분석·복잡한 수학 문제 해결·장문의 문서 처리 능력은 경쟁 우위다. 사실 구글의 진정한 저력은 제미나이 모델 자체가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한 생태계의 압도적인 확장에 있다. 구글은 현재 20개 이상의 AI 기반 서비스를 대중에게 제공하고 있다. 범위도 개발자 도구부터 창작, 교육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이다.

구글은 최근 구글 실험실에서 AI 기반 언어 학습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구글 랩스
▶코딩 지식 없이도 제미나이 모델을 활용한 프로토타이핑이 가능한 'AI 스튜디오' ▶텍스트 프롬프트나 손그림 스케치만으로 앱 인터페이스와 코드를 생성하는 UI 디자인 도구 '스티치' ▶문서를 올리면 AI가 맞춤형 요약과 대화형 오디오까지 생성해주는 '노트북LM' ▶텍스트로 고화질 영상을 만드는 '비오3' 그리고 구글 번역 앱에 탑재된 AI 기반 언어 학습 기능까지 구글은 일상의 거의 모든 접점에 AI를 심어놓고 있다. 특히 이미지 생성 모델 '나노 바나나'는 출시 첫 주에 1000만 명의 신규 사용자가 유입되고, 2억 건 이상의 이미지가 편집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구글 실험실에서 AI 기반 언어 학습 프로그램까지 선보이며 듀오링고를 비롯한 기존의 어학 학습 서비스를 위협하고 있다.



딥마인드·TPU 그리고 플랫폼의 힘

구글의 진정한 강점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제미나이 모델만이 아니다. 이면에는 수십 년간 축적한 AI 인프라와 생태계가 존재한다. 구글 딥마인드는 단백질 3차원 구조 예측 프로그램 '알파폴드'로 2024년 노벨 화학상을 받으며 과학 AI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입증했다. 단백질 접힘 문제를 해결한 알파폴드는 신약 개발과 질병 연구에서 혁명적인 도구가 되었고, 이는 구글이 단순히 소비자 AI가 아닌 과학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위치에 있음을 보여준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구글은 'TPU(Tensor Processing Unit)'라는 자체 개발 AI 칩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공개한 7세대 TPU '아이언우드'는 엔비디아의 GPU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전략적 자산이다. 게다가 자체 칩으로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며 성능도 최적화할 수 있다. 실제로 TPU는 점차 파트너를 늘려가며 구글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구글의 AI 제미나이 3. 구글의 진정한 강점은 수십 년간 쌓아온 AI 인프라와 생태계다. 사진 구글
플랫폼 기반의 강력한 배포망 역시 구글의 무기다. 인터넷 시대 초창기 구글은 검색엔진 시장을 장악함으로써 광고 제국을 세웠다. 사용자들은 정보를 찾기 위해 구글을 사용했고 광고주들은 사용자에게 도달하기 위해 구글에 비용을 지불했다. 이 모델은 25년간 작동했고 구글을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기업 중 하나로 만들었다.

구글 검색·유튜브·지메일·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크롬 브라우저 등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는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안드로이드는 30억 대 이상의 기기에 설치돼 있다. 크롬은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의 66%를 점유하며 유튜브는 월 25억 명 이상이 사용한다. 이 모든 서비스에 제미나이가 탑재되며 AI 접점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구글 지메일에서는 메일 내용을 AI가 자동으로 요약해 메일 상단에 표시한다. 유튜브 영상 제작이나 크롬 브라우저에도 AI가 자리 잡고 있다.

오픈AI가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사용자를 새로 확보해야 한다면, 구글은 이미 수십억 명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플랫폼을 통해 AI를 배포할 수 있다. AI 시대에도 구글의 전략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검색과 AI를 결합해 광고 비즈니스를 유지하고 진화시키는 것이다. AI가 요약을 제공하더라도 사용자는 여전히 구글 생태계 안에 머무른다. 광고주들은 여전히 구글을 통해 고객에게 도달한다. 더불어 유튜브·안드로이드 OS·구글 클라우드 등 다양한 서비스에서 AI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검색의 왕, AI의 왕이 될 것인가

구글이 AI 시대에도 왕좌를 지킬 가능성은 높다. 물론 리스크는 존재한다.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소송은 구글의 검색 독점을 겨냥했지만, 지난해 9월 법원은 크롬 브라우저와 안드로이드 OS의 강제 매각까지는 명령하지 않았다. 규제 리스크는 줄었으나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AI 시대의 경쟁이 검색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픈AI는 검색 기능을 강화하고 챗GPT에 광고까지 도입하며 검색 시장에 직접 진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코파일럿을 윈도우와 MS오피스에 통합하며 대항하고 있다. 왓츠앱과 페이스북을 보유한 메타, X(구 트위터) 등을 보유한 일론 머스크의 기업들까지 빅테크 간 AI 생태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구글을 대체할 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오픈AI는 강력한 모델을 보유했지만 배포망이 부족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강하지만 소비자 인터넷 접점이 제한적이며 메타는 소셜 미디어에 집중돼 있다. 구글만이 검색, 비디오, 이메일, 모바일 OS, 브라우저를 모두 장악한 유일한 기업이다. 여기에 지난달에는 애플이 차세대 AI 기능에 제미나이를 탑재하는 다년간 협업을 발표하며, 구글의 AI 생태계는 경쟁사 플랫폼까지 확장되는 전례 없는 국면을 맞이했다.

구글의 AI 투자 의지는 재무 전략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올해 자본 지출 계획은 최대 1850억 달러(약 268조원) 정도로 전년보다 두 배로 늘어났다. 이달에는 200억 달러(약 29조원) 규모의 대규모 채권도 발행했다. 특히 이 중에는 1997년 모토로라 이후 기술 기업 최초로 100년 만기 채권이 포함됐는데, 약 10배에 달하는 주문이 몰리며 시장의 압도적 신뢰를 확인시켰다. AI 시대 생태계 전쟁을 위한 막대한 자본을 확보한 셈이다.

구글 스티치는 프롬프트만으로 디자인이 가능하다. 사진 구글 스티치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 패러다임이 바뀔 때 기존 강자가 살아남기 어렵다는 통념이 있다. IBM은 PC 시대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시대에,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대에 뒤처졌다. 그러나 구글은 이 통념을 깨뜨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제미나이의 빠른 개선, 방대한 배포망, 자체 AI 칩 개발 그리고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는 구글이 단순히 방어하는 게 아니라 공격적으로 AI 시대를 선도하려는 것을 보여준다.

과연 구글은 AI 시대에서도 왕좌를 지킬 수 있을까.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구글의 AI 위기를 예측했던 사람들은 이제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구글을 어떻게 무너뜨릴 것인가”가 아니라 “구글이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를 말이다.



트랜D([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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