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당국에 전폭 협조"…英왕실 고위인사 체포는 1647년 이후 처음
엡스타인에 기밀성 투자정보 전달 의혹…군주제 존폐 논란 번질까 전전긍긍
앤드루 체포에 영국 왕실 충격…"다이애나 사망 후 최대 위기"
찰스 3세 "당국에 전폭 협조"…英왕실 고위인사 체포는 1647년 이후 처음
엡스타인에 기밀성 투자정보 전달 의혹…군주제 존폐 논란 번질까 전전긍긍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인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66) 전 왕자가 경찰에 체포되는 초유의 사태로 영국 왕실이 발칵 뒤집혔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1997년 찰스 3세와 이혼 상태였던 다이애나 왕세자빈 사망 이후 왕실이 직면한 최대 위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경찰은 이날 찰스 3세의 사유지인 노퍽 샌드링엄 영지에 있는 앤드루의 거처에서 앤드루를 체포해 조사한 뒤 석방했다.
혐의는 공직자로서 해외 무역특사 활동 중 취득한 기밀성 투자 정보를 미국의 억만장자 성범죄자인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전달했다는 '공직 비위' 의혹이다.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국왕 찰스 3세는 이례적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성명을 내고 "우리는 당국에 전폭적이고 진심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법은 그 과정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족과 나는 국민에 대한 의무와 봉사를 계속하겠다"는 문구는 동생과 선을 분명히 긋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 역시 국왕의 성명을 적극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생전 차남인 앤드루를 감싼다는 비판을 받았던 엘리자베스 2세의 대응과 대비된다.
앤드루는 2008년 엡스타인이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친분을 유지해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2021년에는 엡스타인을 위해 일했던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가 17세 때 앤드루 왕자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제기한 민사 소송을 무마하기 위해 거액의 합의금을 지불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왕자 칭호와 모든 훈장을 박탈당했고 이후로도 추가 의혹이 계속 제기됐다.
이번 체포는 영국 현대사에서도 상징적 사건으로 여겨진다. 영국 왕실의 고위 인사가 체포된 것은 1647년 찰스 1세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다.
물론 체포 뒤 참수당한 찰스 1세와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영국 왕실이 수백 년에 걸쳐 유지해온 권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이번 경찰 수사는 영국의 대표적인 반군주제 단체인 '리퍼블릭'의 그레이엄 스미스 대표가 앤드루를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여론도 악화일로다. 왕실의 신속한 '꼬리 자르기'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군주제 존폐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영국 내 여론조사에서 군주제 지지율은 45%로 2020년 63% 대비 크게 하락했다. 특히 18∼24세 젊은 층의 지지율은 20%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앤드루 개인에 대한 부정 평가는 90%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
왕실 역사학자인 케이트 윌리엄스는 CNN에 "이번 사태는 1997년 다이애나 사망 이후 왕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며 "대중은 찰스 3세와 윌리엄 왕세자가 과연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점차 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P 역시 "영국 군주제는 그동안 수많은 스캔들을 극복해 왔지만, 소셜미디어가 발달하고 35세 미만 젊은 세대가 왕실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대에 과거의 공식이 여전히 유효할지는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영국 경찰은 앤드루 석방 후에도 압수수색 등 관련 수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어서 당분간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승욱
저작권자(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