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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불가역적 국가 지위”…사실상 ‘핵보유국’ 과시하며 9차 당대회 개막

중앙일보

2026.02.1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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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개막한 노동당 제9차 대회 개회사에서 “국가 지위를 불가역적으로 다졌다”며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했음을 과시했다. 지난 5년 동안 전 분야에서 성과를 달성했다고 자찬한 김정은은 한국과 미국 등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은 채 경제 분야 언급에 개회사 대부분을 할애했다.
북한은 지난 19일 평양 4ㆍ25문화회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제9차 대회를 개막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북한의 최대 정치행사로 꼽히는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가 전날 수도 평양에서 개막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정치와 경제, 국방, 문화, 외교를 비롯한 모든 방면에서 당 결정을 성과적으로 이행함으로써 주목할만하고 포괄적이며 획기적인 성과를 이룩했으며, 그 과정에 우리의 주체적 힘을 비상히 제고시켰다”고 밝혔다.

또 “특히 사회주의건설의 기본전선인 경제분야에서 인민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기본적으로 완수되고, 주요 공업 부문들의 기술 하부 구조와 기능을 보강하고 정비하는 사업이 힘 있게 추진돼 우리 경제의 적지 않은 분야가 오랜 기간의 노후와 침체에서 벗어나 계획적으로, 활력 있게 전진할 수 있게 하는 일정한 토대와 잠재력이 다져졌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수도와 지방을 다같이 변모시키고 인민생활에서 실질적인 개선을 가져오기 위한 방대한 계획들이 당적, 국가적으로 강력히 추진되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면서 역점을 두고 있는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부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는 경제 실패를 자인하며 개막한 5년 전 8차 당 대회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태도다. 지난 2021년 1월 5일 8차 당 대회 개회사에서 김정은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시인했다.

당시는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하노이 노 딜’ 이후에 코로나19 확산까자 겹치며 김정은이 대내외적으로 큰 난관에 직면했던 시기다. 이번 개회사에서도 김정은은 “당 제8차대회가 소집될 당시 우리 혁명의 주·객관적 조건은 말 그대로 자체를 보존하기도 힘들 정도로 엄혹했다. 적대세력들의 야만적인 봉쇄와 제재 책동이 더 극심해지는 속에 연이어 겹쳐드는 자연재해와 세계적인 보건위기 상황으로 하여 모든 분야의 발전이 심히 억제되고, 우리 국가의 안전과 인민의 안녕이 엄중한 위협을 받고 있었다”며 당시의 어려움을 회고했다. “오늘은 앞날에 대한 낙관과 자신심에 충만돼 당 제 9차대회에 임하고 있다”면서다.

북한은 지난 19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제9차 대회를 개막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김정은은 “대외적으로 보아도 국가의 지위를 불가역적으로 굳건히 다짐으로써 세계정치구도와 우리 국가에 미치는 영향관계에서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로 하여 우리의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힘 있게 다그쳐나가는데 유리한 조건과 환경도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불가역적’이란 표현은 핵을 내려놓는 일은 없다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또 ‘세계정치구도’ ‘유리한 조건과 환경’ 등의 언급은 북·러 동맹을 통해 달성한 높아진 전략적 위상을 과시하려 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 북한은 러시아의 유·무형 지원을 통해 핵능력 고도화와 군 현대화 등 목표를 달성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김정은이 방중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면서 북·중 관계 개선을 위한 단초도 마련했다. 이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며 김정은과 만나고 싶다는 ‘러브콜’을 계속 보내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미진한 부분이 있다는 점도 사실상 시인했다. “정권기관들과 일군들의 사업에는 뿌리 깊은 패배주의와 무책임성, 보수주의와 형식주의, 지도 능력의 미숙성과 같은 심각한 결점들과 부정적 요소들이 적지 않게 내재하고 있으며, 이는 모든 분야에서의 급속한 발전을 지향하는 우리 당과 국가사업을 저해하는 인위적인 난관”이라면서다. 곧이어 “비판적, 발전적 견지에서 총화” 등을 주문했다. 김정은은 “오늘 우리 당 앞에는 경제 건설과 인민 생활을 추켜세우고 국가사회생활의 모든 분야를 하루빨리 개변해야 할 무겁고도 절박한 역사적 과제들이 나서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당이 국가 권력의 핵심인 북한 체제에서 당 대회는 최상위 의사결정 기구로, 김정은은 이를 통해 향후 5년 간 국가 운영 기조를 밝힐 전망이다. 이번 당 대회는 7일 정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당 규약 개정,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 등의 의제가 다뤄진다.

특히 김정은 체제의 리더십 공고화를 위한 주석제 부활 여부가 관심이다. 김정은이 주석 호칭을 쓴다면 할아버지 김일성의 사망(1994년) 이후 32년 만이다. 다만 주석은 당직이 아닌 국가직이기 때문에 실제 결정이 이뤄질 경우 당 대회 이후 최고인민회의를 통한 법 개정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딸 주애가 당 대회에 참석할지, 참석한다면 어떤 수준의 의전을 받고 어떤 상징어로 주애를 칭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후계 구도와 관련한 내용을 반영할지, 남한을 적국으로 규정하는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명시할 지도 주목된다.

한편 9차 당 대회 집행부는 김정은을 포함해 총 39명으로 5년 전 8차 당 대회 때와 숫자는 동일했는데, 약 3분의2에 이르는 23명이 교체됐다. 원로 그룹에 속하는 김영철, 박봉주, 오수용, 최휘 등이 빠지고 박태성, 이히용, 조춘용, 최동명, 최선희, 노광철 등 당·정·군의 현직 핵심 간부들이 진입했다. ‘대남통’ 김영철 10국 고문이 빠지고 최선희 외무상이 합류한 건 적대적 두 국가 방침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김정은의 측근인 조용원, 이일환, 박정천 등이 5년 전과 마찬가지로 전면에 포진한 가운데 호명 순서는 당시와 달리 박태성 내각총리가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보다 앞섰다.



이유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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