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 이튿날인 20일 더불어민주당이 법 왜곡죄법, 재판소원제법, 대법관 증원법 등 이른바 ‘사법 개혁 3법’의 신속한 처리를 예고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무죄든 유죄든 윤 전 대통령 사건이 여당 강경파가 추진하는 사법 개혁의 불쏘시개로 활용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된 것은 사법 정의의 명백한 후퇴”라며 “대법관 증원법, 법 왜곡죄 신설, 재판소원제법 도입 등 사법 개혁을 확실하게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희대 사법부를 이대로 둘 수 없다”고 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도 “무기징역은 사형 선고를 고대한 국민 상식과는 거리가 먼 판결”이라며 “윤석열이 교도소 담장을 걸어 나올 수 없도록 사면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은 탄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민주당은 1심 선고를 앞두고 공소 기각 가능성을 거론하며 사법부를 비판해왔다. 그러다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이번에는 “법정 최저형”이라며 판결 수위를 정면으로 문제 삼으며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론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날 오전 법사위 소위에 윤 전 대통령 사면을 제한하는 ‘내란범 사면금지법’을 상정했다. 위헌 논란으로 지난해 12월 내란전담재판부법 논의 과정에서 제외됐던 내용인데, 여당 강경파가 법원 판결을 문제 삼으며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린 것이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일부 여당 의원들은 “법원이 윤 전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특히 설 연휴 전 법원이 김건희 특검 기소 사건에 대해 “수사 범위를 넘어섰다”며 잇따라 공소 기각 판결을 내리자, 윤 전 대통령 사건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여당은 이를 사법 개혁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하며 법원을 비판했었다.
윤 전 대통령 선고 뒤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도 한층 거세졌다. 무기징역 선고 직후 서울시장 선거 유력 후보인 민주당 소속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는 시민의 뜻”이라고 페이스북에 밝히자, 당내 경쟁자인 박홍근·박주민 의원은 각각 “내란을 막기 위해 선봉에 섰던 서울시민의 뜻과는 동떨어진 인식”, “정 구청장의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 사형 선고 말고는 답이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주민 의원은 20일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선고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여당 재선 의원은 “사법 개혁 3법 내용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원도 적지는 않은데, 윤 전 대통령이 거론되면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