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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담합에 초강수…공정위,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 검토

중앙일보

2026.02.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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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 제분 업체에 검찰의 공소장격인 심사보고서를 송부하고 제재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공정위 사무처는 심사보고서에서 과징금 부과 외에도 담합 이전으로 가격을 되돌리는 가격 재결정 명령까지 조치 의견으로 제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국내 제분업체들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사진은 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밀가루 판매대. 연합뉴스

공정위는 밀가루 담합 사건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7개 밀가루 제조 및 판매사업자(제분업체)에 19일 송부했다고 20일 밝혔다. 대상 제분업체는 대선제분,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삼화제분, CJ제일제당, 한탑 등이다.

심사보고서는 공정위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위법성과 그에 대한 조치 의견 등을 담고 있다. 다만 위법 여부와 과징금, 시정명령 등 제재 수위는 공정위원회 전원 회의 심의를 거친 후 최종 확정된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밀가루 담합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왔다. 담당 과장을 포함해 5명 규모의 태스크포스(TF)을 만들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를 조사를 마무리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7개 업체들은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총 6년 간 밀가루 판매가격과 물량배분에 대한 담합행위를 해왔다. 이들 7개 업체들은 국내 밀가루 기업간 거래(B2B)시장에서 88%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가 파악한 담합 관련 매출액은 5조8000억원 수준이다.

공정위는 관련 법령에 따라 담합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해당 기준 적용 시 이들 7개 업체에 부과 가능한 과징금은 최대 1조1600억원 수준이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들 업체들의 담합을 매우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의견 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정위는 설탕 가격을 담합한 CJ제일제일ㆍ삼양사ㆍ대한제당 등에 과징금 부과 기준율 15%를 적용해 총 40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 제당 3사가 담합으로 올린 관련 매출액은 3조2884억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밀가루 업체 등의 담합에 대해 “국민 경제 발전을 방해하는 암적 존재”라며 “질 나쁜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담합 이득을 훨씬 넘어서는 무거운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보고서 조치 의견에 가격 재결정 명령도 포함했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담합으로 왜곡된 가격을 정상가격으로 낮추도록 하는 시정명령이다. 전원회의에서 가격 재결정 명령이 최종 확정될 경우 지난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후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이 적용된 사례가 된다. 당시 밀가루 업체들은 가격을 5% 가량 인하했다. 유성욱 공정위 조사관리관은 “민생과 밀접한 품목에 대해서는 실효적인 행위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적용 여부는 미지수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담합의 효과가 최종 심의 시점까지 지속되고 있어야 하는 등 요건이 까다롭다. 통상 담합이 적발되면 행위가 중단되고,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가 가격 결정에 직접 관여하는 조치라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공정위는 밀가루 업체(피심인)들이 방어권 행사를 위한 서면의견 제출 등을 완료하면 전원회의를 열어 과징금 등을 최종 결정한다. 서면의견 제출 기한은 심사보고서 송부 후 8주 이내다. 공정위 관계자는 “밀가루 담합 사건이 민생물가와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해 법령에 규정된 방어권 보장 절차가 종료되는 대로 최대한 신속하게 위원회를 개최할 것”이라며 “민생에 피해를 주는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예외없이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법집행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안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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