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2·3 비상계엄 선포 후 중앙선관위원회 청사에 군이 출동한 수수께끼같은 배경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 등 계엄주체들이 갖고 있던 부정선거 음모론과 관련한 자수를 받아내기 위해서였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시 국회 봉쇄는 위법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이를 강행했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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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軍 파견 목적은 “부정선거 자수 받아내기”
20일 중앙일보가 확인한 1133쪽 분량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 지귀연)는 선관위 파견을 명령받은 국군정보사령부 요원 36명의 임무 중 하나는 음모론의 일종인 “부정선거와 관련한 자수를 안내하는 것”이었다고 봤다. 선관위에 군 병력을 출동시킨 건 음모론으로 퍼져있던 이른바 부정선거 수사의 일환이었다고 본 셈이다.
이밖에 아침 무렵 출근하는 선관위 직원들을 선별해 체포해 수방사 시설에 이송하는 것 역시 정보사의 목적이었다고 봤다. 방첩사령부의 출동 목적은 “서버에 저장된 정보를 확보(복사) 내지 서버장비 자체를 확보(탈거)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불순세력으로부터 선관위를 보호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선관위에 대해서 실질적이든 추상적이든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위협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설령 부정선거 의혹이 있다 해도 “수사나 조사, 재판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계엄을 선포하고 병력을 동원해 해결할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부정선거 의혹은 2022년 대법원 판결로 대부분 해소됐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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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에 총 휴대한 군인 10명 진입, 광의의 협박”
선관위 직원들과의 신체접촉이나 물건 반출이 없었으므로 ‘폭동’이 아니라는 주장도 배척됐다. 재판부는 “청사 침입은 그 자체로 건물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임이 명백하다”며 “심야에 총을 휴대한 군인 10명이 한꺼번에 청사에 진입하는 것은 평균적인 일반인에게 외포심(두려운 마음)을 느끼기에 충분한 행동”이라고 했다.
직원 동의 없이 서버실 내부와 조직도를 촬영하고, 일부 직원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 역시 유형력 행사라고 봤다. 재판부는 “무단 침입한 병력의 수와 그들의 무장 상태, 야간이라는 시간대 등에 비춰보면 상대방이 외포심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설령 건물 자체에 대한 물리적 접촉이나 신체적인 피해가 없다거나 어떠한 물건이 반출·탈취되지 않았더라도, 그러한 사정도 가장 넓은 의미의 폭행·협박을 인정함에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선관위 출동이 ‘국헌문란의 목적’과 ‘폭동’이라는 내란죄의 구성요건을 갖췄다는 판단이다. 판례에 따르면 ‘폭동’은 “최광의(最廣義·가장 넓은 의미)의 폭행·협박”으로,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을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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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尹, 계엄 아래 국회 출동도 불법인 것 알았다"
법원은 “피고인 윤석열, 김용현은 비상계엄 선포 하라 하더라도 국회 봉쇄가 불법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절차적 요건을 지키지 않고 계엄을 선포한 사실이 계엄이 처음부터 군 동원을 위한 수단이었음을 보여준다고 봤다. 판결문에서 법원은 “비상계엄 선포가 적법하다고 인식했다면, 국무회의 심의를 형식적으로만 거칠 이유도 없었고 제대로 된 논의를 생략할 이유도 없었으며, 국무위원 일부에게만 소집통지를 할 이유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계엄 선포 직후 사령관들에게 “국회를 확보하라”는 등 모호한 지시만 한 것 역시 불법성을 인지한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윤 전 대통령 등이 사령관들에게 출동 시기, 이유 등을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며 “‘보안상의 이유’도 있겠지만, 국회 봉쇄가 불법임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령관들이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것을 우려해 전체 계획을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포고령이 필요했던 이유 역시 군을 국회로 움직이기 위해서라고 봤다. 재판부는 “마치 국회 봉쇄가 법률적 근거가 있는 정당한 권한행사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는 포고령 규정 등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상당수의 군인들이 포고령 규정 등에 의해 적법한 명령이라고 인식해 명령에 따랐다”고 했다. 이어 포고령은 그 내용에 비춰 “위헌·위법하여 무효”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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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합법적 수단도 있었다…국회 권한 행사는 합법”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가 아닌 다른 합법적 수단을 선택을 할 수 있었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설령 범행의 동기가 국회 및 거대 야당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하다고 가정하더라도,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것은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담화, 법률안거부권 행사, 국민투표부의권 행사 등 헌법과 법률이 예정하고 있는 다른 수단을 사용해 국회를 정치적으로 견제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계엄의 배경으로 주장하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 법률안 발의, 예산 삭감 등에 대해서는 “모두 헌법이 권력분립과 행정부 견제를 위해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서 국회의 합법적인 권한 행사로 보인다”며 “위법 부당한 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